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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친여인사 잔치판 만들 사외이사 임기제한

입력 : 
2020-01-16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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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을 1년 유예하려 했던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을 강행해 올해 주주총회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해당 기업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관련 규정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2월 초 공포될 예정이다. 시행령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는 만큼 12월 결산법인 주총이 열리는 3월 말까지 교체 대상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니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판이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 제한으로 올해 사외이사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 상장회사는 최소 566개사에 인원수는 718명으로 추정된다. 12월 결산 상장사 총 사외이사가 4000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6년을 초과하거나 계열사를 합쳐 9년을 재직한 대상자들이 이 정도다. 경영계는 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 사외이사 임기제한 시행으로 닥칠 혼란을 감안해 준비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했고 법무부도 이를 반영해 시행을 1년간 유예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정협의에서 여당으로부터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하자는 요구가 강하게 나와 강행으로 전격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행 시점이 오락가락하면서 기업들은 대비할 시기를 놓쳤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총 2주 전까지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을 포함한 주총 안건을 공시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쫓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사외이사 후보군의 범위가 넓지 않은 한계도 극복하는 차원에서 대관이나 대국회 관계에 활용할 수 있는 친여 인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눈을 돌릴 수 있다. 여당이 이런 점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친여 인사들의 잔치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외이사 선임 권한은 기업들에 있지만 총선을 전후해 여당의 자기 사람 자리 챙겨주기를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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