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 출범, 속전속결 힘으로 밀어붙일 사안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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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의 요구는 공수처법 공포 후 6개월이 되는 다음 달 15일 시행 시기에 맞춰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상황은 날짜를 정해놓고 시행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국회로서는 일단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2명을 추천한 뒤 이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1명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다음 달 15일까지는 17일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든 후보 추천까지의 기간은 차치하더라도 인사청문 기간만 공수처장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는 날로부터 최대 20일이다.

국회 쪽 일정을 진행하려면 원 구성에 대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교착상태다. 물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은 국회 원 구성과는 상관없다. 하지만 야당 교섭단체가 추천위원 7명 중 2명을 지명하도록 돼 있고 현재 유일한 야당 교섭단체는 미래통합당밖에 없다. 통합당이 추천위원 2명의 이름을 내놓지 않으면 추천위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만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에 국회의장이 정한 시한까지 야당이 추천위원 이름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천권을 빼앗아 국회의장이 지정하는 교섭단체에 주는 조항을 넣어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공수처장 후보 2명은 각각 추천위에서 최소 6명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야당 추천위원 1명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공수처에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추천권을 빼앗는 운영규칙을 통과시킨다면 공수처법 추진 당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공수처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입법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수처법 통과에만 급급해 세심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은 명문으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 검사’를 일반 검사와 마찬가지로 본다는 보완 규정이 없으면 위헌 논란이 일 수 있다.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통제 장치도 없다. 서둘러서 엉성하게 출범시키는 것보다는 한발 늦더라도 여야가 합의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탄탄하게 출범시키는 것이 낫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청와대#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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