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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위기대응 실력 단적으로 드러낸 마스크 대란

입력 : 
2020-02-26 0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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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간을 공격하는 '창'이라면 사람이 들 수 있는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 이마트 앞에 수백 m 늘어선 마스크 구입 행렬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장에 300~500원 수준이던 가격은 3000~5000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기본적인 재난물자인 마스크 공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부의 초라한 위기대응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사재기·매점매석 엄단, 보따리상 단속 등 마스크 관련 대책을 수차례 내놓았고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소비자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장 교란을 막고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마스크 생산·판매유통을 통제했지만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받아가면서 되레 시장 품귀현상을 부추기기도 했다.

국내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1200만개인데도 수급 불안이 지속되는 것은 대거 중국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이는 25일 수치로 확인됐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은 6135만달러로 지난해 12월(60만달러)에 비해 100배 급증했다. 2월은 20일까지 1억1845만달러로 폭증했다. 이는 정부가 1000개 이상 반출 시 정식 수출절차를 거치도록 했을 뿐 수출 제한을 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 수출로 폭리를 취하려는 마스크 생산·유통업자들을 사실상 방치한 꼴이다. 정부는 25일에야 마스크 수출 제한, 생산량의 50% 이상 공적 판매처로 의무 출하 등의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이제야 수출을 막았으니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마스크 생산·수출·재고량 등과 유통구조를 철저히 점검해 시장 교란을 막고 공급과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마스크값 하나 못 잡으면서 코로나19를 어떻게 잡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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