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웨어러블 컴퓨터 시대가 온다

스마트폰의 차기 주자로 웨어러블 컴퓨터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시대를 주도해온 스마트폰의 열기가 아직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IT기업들의 웨어러블 컴퓨터 개발 소식이 연일 보도되며 벌써부터 출시 경쟁이 뜨겁다.

신체에 착용해 컴퓨팅 행위를 할 수 있는 기기를 가리키는 웨어러블 컴퓨터는 현재 안경·시계 등 다양한 형태로 이미 제품들이 출시돼 있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구글은 5월 구글 글래스의 개발자 버전을 배포하기에 앞서 4월 16일 상세 사양과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 형식)를 공개하여 관심을 모았다.

애플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등 10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운영하며 연내 스마트워치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LG 등 주요 업체들도 웨어러블 컴퓨터 개발 소식을 발표했거나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웨어러블 컴퓨터는 인류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스마트폰의 장점인 휴대성을 더욱 극대화해 두 손을 자유롭게 해준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할 필요 없이 통화나 메시지 확인이 가능하며, 음성 명령만으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 촬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용자가 인식하기도 전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이용자와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실행과 입력 단계를 생략할 수 있어 수동적이던 이용자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수익모델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을 벗어나 소비자의 이용행태 및 정보를 활용한 양방향 광고나 커머스 등으로 다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웨어러블 컴퓨터는 IT융합의 새로운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위치정보를 통해 SNS, LBS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구현하기에는 적용범위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웨어러블 컴퓨터는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행동정보까지 활용 가능하며 센서만 장착하면 체온·혈압 등의 인체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의료, 건강관리, 엔터테인먼트 등 개인 활동과 밀접한 산업분야 간에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져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도 있다. 구글 글래스의 배터리는 하룻동안 사용 가능하다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며, 신체와 상시 접촉되어 있는 특성상 발열문제 또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착용성을 높이기 위한 경량화는 물론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위한 ‘휘는 디스플레이’ 등 여러 하드웨어적 발전도 필요하다. 또한 목소리가 주 입력수단이 됨에 따라 음성인식의 정확도도 지금 수준보다 훨씬 높아져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앞으로 어린 자녀들에게 성교육보다 프라이버시 교육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용자가 보고 듣고 행동하는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개인정보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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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대의 도래가 머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시장조사전문기관 ABI리서치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2018년이 되면 4억8500만대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트너는 웨어러블 단말기 시장 규모가 2016년에 1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본격적인 상용화가 내년부터나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가파른 성장 속도다. 스마트 시계로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스마트 안경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