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기업의 대표 격인 삼성전자의 사장을 지낸 인사가 중국 시스템반도체업체에 영입돼 주목된다.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에스윈 부회장으로 스카우트된 것은 지난 2월이었지만 최근 국내에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LG유플러스 대표를 지내고 퇴임한 이상철 전 부회장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로 옮겼을 때도 업계가 들썩였지만 그때는 기술 유출보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화웨이 LTE장비 국내 도입을 주도했던 인물이란 게 이슈였다. 이번 장 전 사장의 경우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중국 업체들이 거액 연봉과 주거 지원 같은 파격 대우를 내세워 백신이나 진단키트 개발자 등을 끌어들이려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국내 기업들을 더 긴장시킨다.
삼성전자 측은 장 전 사장이 3년 전 퇴임한 데다 핵심 기술인력이 아니라며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사장 시절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장을 지내면서 디스플레이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장 전 사장은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중국전략협력실장을 지내고 2017년 퇴임할 때까지 36년을 삼성전자맨으로 살았다. 그를 영입한 에스윈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 왕둥성 회장이 2016년 설립한 신생기업이다. 업력이 겨우 4년 남짓이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을 설계·생산하면서 시장 장악을 노리며 장 전 사장을 영입한 만큼 국내 기업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기술직 영입엔 생산기술 확보 외에 경영 경험과 미묘한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취업제한 기한을 넘긴 퇴직 임직원의 외국기업행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고위직·핵심인력 이탈을 방치해 기술인력 유출에 가속도가 붙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중 간 '기술 초격차' 유지가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이참에 기업들은 꾸준히 제기돼온 핵심인재 국외 유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인력 유지·관리 전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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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36년 삼성전자맨 스카우트한 中기업, `기술 초격차` 안심할 때 아니다
- 입력 :
- 2020-06-15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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