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듣고 고정금리 택했더니 561만원 손해

한애란 2016. 7. 5.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서 2011년 고정금리 전환 장려결과적으론 변동금리가 훨씬 이득아직 변동금리가 유리해보이지만금리 충분히 낮아 상승에 대비해야

지난해 5월 초 은행에서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장만한 주부 이모(30·경기도 구리시)씨는 대출금리를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당시 고정금리가 연 3.2%로 변동금리(3.0%)보다 높았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를 거라고 보고 고정금리를 택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과 올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만약 그가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면 대출금리는 2%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변동이냐, 고정이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대출자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이다. 그 답은 시기마다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지난 5년간은 변동금리였다.2011년 3.25%까지 올랐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이후 8차례 인하되면서 1.2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5.06%(2012년 1월)에서 2.89%로 내려갔다.

금리가 고점이었던 2012년 1월 거치식으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은행권 평균 금리로 받았다면 이자부담이 얼마나 차이날까. 시뮬레이션 결과 고정금리 대출자는 54개월간 총 2277만원, 변동금리(6개월 변동)인 경우 1716만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차이가 561만원으로 1년치 이자금액보다도 많다.이러한 시장 흐름을 간파하고 변동금리로 갈아탄 발 빠른 대출자들도 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정에서 변동금리로 전환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6만6617건, 대출 금액은 4조51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2012년 이후 이어진 금리 인하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하지만 흐름을 반대로 읽고 변동에서 고정금리로 바꾼 대출자가 더 많았다. 최근 5년간 15만3657건, 대출 잔액으로는 12조5425억원에 달한다. 여기엔 2011년 6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이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고정금리로의 전환을 장려했다. 변동에서 고정금리로 바꾸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줬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이자 소득공제 한도도 높였다. 은행에 고정금리 대출 목표치를 할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정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정부 말을 따른 대출자만 손해를 보게 됐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실적에만 매몰돼 시장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그럼 고정금리 대출자는 지금이라도 변동금리로 갈아타야하는 걸까. 일단 금리 전망만 봐서는 변동금리가 조금 더 유리해보이긴 한다. 지난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한국은행이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올 하반기 중 1%까지 내릴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가 올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도 오르긴 어렵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러나 금리 수준이 이미 많이 낮아졌고 추가 하락폭이 크지 않을 거란 점에선 변동금리의 매력이 전보다 줄었다.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조성만 부부장은 “1~2년의 단기라면 변동금리가 유리하지만 3~4년 뒤에 금리가 오를 수 있어 고정금리도 나쁘지 않다”며 “지금은 이자부담의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고 개인 성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매달 나가는 원리금이 일정한 것을 선호한다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맞다. 매월 원리금 부담액이 다소 들쑥날쑥해도 상관없다면 변동금리도 괜찮다. 10년 이상 고정금리 대출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있거나, 대출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한다면 갈아타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올 들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변동금리의 매력이 덜한 이유다. 4일 현재 각 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금리 혼합형)의 최저 금리는 2.59~2.83%이다. 변동금리 상품보다 0.3%포인트가량 낮게 책정돼있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각 은행이 이례적으로 고정금리를 낮게 잡고 있다”며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의 경쟁력이 현재로선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단독] "사드 반드시 배치" 나경원-유승민 중 누구?

성난 순천시민 "이정현, 석고대죄하고 사퇴하라"

'사드 후보지' 경북 칠곡 "희생양으로 몰아가지 말라"

"욕 처들어 먹었네ㅎㅎ"···'자살 검사' 카톡이 슬픈 건

뽕브라의 시대는 갔다···빅토리아 시크릿 울상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