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 들어 12번째 집배원 죽음, 정녕 막을 수 없나

2019.09.08 20:36 입력 2019.09.08 20:51 수정

지난 6일 추석 택배 물량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던 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ㄱ씨(57)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ㄱ씨는 평소보다 4배나 많아진 추석 택배 물량을 처리하느라 일몰을 넘겨서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ㄱ씨의 교통사고는 업무량 과다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초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집배원 사망은 올해만 벌써 12명째다.

집배원은 고위험직군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66명이 사망했다. 10년간 매달 한두 명꼴이다. 원인은 암, 교통사고, 자살 등 다양하지만 노동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이 소방관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재해율이 높고 죽음이 계속되는 것은 집배원들이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기획추진단)의 조사에 따르면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국내 임금노동자의 2052시간보다 34%나 많다. 게다가 집배원들은 명절 등 연휴기간에는 ‘특별소통 기간’이라는 이름으로 연장근무에 들어간다. ㄱ씨 역시 숨진 당일 ‘우편물 특별소통 종합계획’에 따라 ‘일몰 후 집배 금지’ 규정을 어기고 늦은 시간까지 배달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바꿔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해 9월 기획추진단은 집배원 2000명 증원과 토요일 근무 폐지 등 7가지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인력만 부분적으로 증원되고 토요 근무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집배원들은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파업은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철회됐지만, 집배원들의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증원이 필수적이다. 노사가 합의한 위탁택배원 750명 증원은 신속히 이행돼야 한다. 또 집배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토요 근무 폐지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예산상의 이유로 노동조건 개선에 미적대고 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예금 사업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를 국고로 돌리지 않고 집배원 처우와 복지에 사용하면 된다. 우편사업을 영리 차원이 아닌 국민 편익 제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우편·택배 업무를 시장논리로 바라보는 한 집배원의 죽음은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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