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앱 사업자 ‘배달의민족(배민)’이 이달부터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건당 5.8%)로 개편하자 영세 음식업주들이 ‘꼼수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부진에 수수료 부담까지 곱절로 늘자 업주들 사이에선 “코로나보다 배민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앱 화면 상단에 3개만 노출해온 오픈서비스를 무제한 배치하고 수수료를 6.8%에서 5.8%로 1%포인트 내렸다. 또 월 8만8000원의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 사용을 3건으로 제한했다. 배민 측은 이번 개편으로 자금력 있는 음식점주가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앱 화면에 중복 노출시키면서 주문을 독점하는 폐단이 사라지고, 소규모 자영업자가 요금제 개편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배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정액제 서비스(울트라콜)만 이용해도 되던 것을 건당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정률제로 바뀌면서 부담이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오픈서비스를 앱 화면에 무제한 노출시키면 그 하단에 위치하는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업주들은 건당 수수료를 떼는 오픈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매출에 연동해 수수료 부담도 커지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월 매출 3000만원 정도인 치킨집의 경우 기존 정액제에서는 매달 3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냈지만, 바뀐 요금제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배민의 새 요금제가 소상공인들에게는 ‘제2의 임대료’로 불리는 이유다.
배민이 배달앱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시킨 ‘혁신’을 이룬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은 ‘혁신’이 아니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다. 배민은 2, 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한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시장의 95%를 장악해온 세 업체의 합병이 외식업 자영업자와 배달 노동자,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던 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음식업주들의 배달앱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배민이 수수료를 ‘꼼수인상’하자 “이제 정말로 ‘배 다른 민족’이 된 것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배민은 소상공인들을 울리는 수수료 개편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당국은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에 해당되는지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