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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 反시장정책으론 안 된다

입력 : 
2019-11-21 00:03:01
수정 : 
2019-11-22 13: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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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주 연속 치솟고, 지방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불안한 상황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다. 시장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며 "현재의 방법이 안 된다면 보다 강력한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강한 자신감 표명에 시장에서는 어떤 추가 대책이 쏟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며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발언한 이후 정부는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책을 잇달아 쏟아냈다. 2년 6개월 동안 부동산대책은 17차례나 발표됐다. 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대부분이 수요억제책이었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집권 전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20% 넘게 상승했고, 강남 아파트는 3.3㎡당 1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서울과 전국의 집값 상승률 격차가 최고로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급 위축 우려에도 지난달 6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며 가격통제까지 나섰다. 서울 27개동만 핀셋 지정했지만 상한제·비상한제 지역 할 것 없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한제를 '집값 하락'보다는 '공급 축소'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추가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 추가 지정, 재건축 연한 40년 확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누르면 누를수록 집값은 계속 뛰어올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요를 억누르는 반시장 정책만으로 집값 안정효과를 거둘 수 없다. 거래 절벽, 로또청약 광풍, 풍선효과 등 시장 왜곡만 커질 뿐이다. 실수요에 비례하는 공급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포함해 서울 도심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투기수요만의 문제가 아니라 갈 곳을 잃은 1000조원의 부동자금 영향도 크다. 시장의 유동성이 흘러갈 수 있는 생산적인 투자처를 만드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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