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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머뭇거릴 틈이 없다

입력 : 
2019-10-11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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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형 LC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L8 생산라인 일부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공정으로 전환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와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세계 1위 경쟁력을 지키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이 대규모 투자로 치고 나간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속도경영을 잘 보여준다. 그는 지난 8월 말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2개월 만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 분야에 3년간 18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올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을 밝혔다.

이처럼 신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잠시도 방심하거나 머뭇거릴 틈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디스플레이만 해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SCC에 따르면 내년에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에서 중국 점유율은 52%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업체들이 채산성이 떨어지는 LCD 생산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지만 중국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1위 탈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AI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선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반도체도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 그럴수록 삼성은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한순간의 방심도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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