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사-케이블SO’ 합병, 공공성·다양성 침해 경계해야

2019.11.10 21:13 입력 2019.11.10 21:14 수정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인터넷(IP)TV를 운영하는 국내 1·3위 통신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 합병 및 CJ헬로 인수를 각각 승인했다. 최종 인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KT·LG·SK 통신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인수·합병의 빗장이 풀리면서, IPTV 업체의 딜라이브 등 중소 SO 인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한다. 시장의 80%를 점유할 ‘3사 카르텔’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이야기다. 공정위 결정은 유료방송시장이 IPTV 중심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시장은 2017년 IPTV가 케이블(CA)TV를 추월한 뒤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수익이 급락한 SO업계는 IPTV와의 합병을 원할 정도라고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방송시장에서 IPTV 운영 통신사 권한이 과도해질 때 나타날 우려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공정위는 CA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놨으나, 기업결합 후 1년이 지나면 이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교차판매도 허용했다. 소비자 보호범위는 최소화하면서 ‘뒷문’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가뜩이나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간 결합상품이 다수인 상황이다. 원하는 채널을 시청하기 위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파의 소유권은 수용자인 국민에게 있다’는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상업적 콘텐츠 범람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사가 지배력을 앞세워 콘텐츠 유통과 채널 배정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운영하는 IPTV는 PC와 모바일 등을 앞세워 그 영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뉴스 하나만 봐도, 이미 디지털이 전파를 추월했다. 통신사 권한을 더 키워줄 ‘망 중립성 폐지’ 논의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제도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급변하는 기술·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나무랄 수는 없다. 혁신경쟁을 촉진하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만 우선하려다 ‘견제와 균형’ ‘공공성’ 등 사회적 가치까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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