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블루스]일 더해도 돈 더 못받는 이유? 임산부라서…

입력
수정2014.03.16. 오전 7:1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시간외근무 수당 못받고, 원치 않아도 무조건 1년 휴직]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직장인 A씨(33·여)는 지난달 월급을 받고 한숨만 나왔다. 평소보다 수령액이 30여만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A씨의 월급을 줄인 '범인'은 바로 결혼 4년 만에 찾아온 '행복'(태명)이. 임신으로 시간외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면서 수령액이 줄어든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주가 임신 중인 여성에게 시간외근로를 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현실은 임산부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 시간외근무를 하지 않고는 넘치는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임산부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업무시간을 넘겨서까지 일을 하고도 그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의 주변에는 배가 부를 대로 부를 때까지 최대한 임신 사실을 회사에 숨기는 동료들이 많다.

특히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에 여성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임금 삭감 없이 현재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눈칫밥 먹으며 일해야 하는 시간만 2시간 늘어나는 셈이라며 반갑지 않다.

A씨는 "임신 후 병원비 등 돈 쓸 곳은 더 늘었는데 오히려 월급은 줄었다"며 "임산부의 시간외근무를 금지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앞둔 B씨(32·여)도 심난하긴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B씨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1년을 쉴 계획이다. 남들은 좋은 직장이라 부러워하지만 정작 B씨는 속이 탄다.

당초 B씨는 3개월의 출산휴가만 쓰고 복직할 계획이었다. 남편과 함께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받은 전세대출을 갚고 만만치 않은 육아비를 마련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복직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정부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여성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를 확대한다는 명목 아래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회사 측에서 '할당' 받은 시간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에게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무조건 1년 단위로 하라는 암묵적 지시가 내린 것이다.

B씨는 "아직까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쉬러 들어간다'고 인식하는 보수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사측의 지시를 어기기도 곤란한 것이 사실"이라며 "6개월 정도 쉰 후 간단한 아르바이트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일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설익은 정책인 탓에 정작 일하는 여성들의 고단함만 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딱하나! 머니인사이트 딱TV]['스페셜 걸' 포토][손안의 경제뉴스 머니투데이 모바일웹]

세종=유영호기자 yhryu@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