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실패 집권당, 반성 않고 헛공약 해도 되나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음달 13일 치러진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의제는 ‘서민 살림살이 질 향상’ ‘일자리 등 청년문제 해소’ ‘공직자 부패척결’ ‘복지갈등 조정’ ‘지방경제 활성화’ 순이었다. 공직자 부패척결 외에는 모두 경제 관련 문제이다. 이 같은 시민의 욕구를 파악한 각 정당은 풍성한 경제공약을 내놓고 있다.

직전 18, 19대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 경제공약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정교한 편이다. 여당이어서 정부 각 부처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은 데다 공약 설계 때 정부 실무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재탕·삼탕 공약이 적지 않다. 내부 조율도 마치지 못한 설익은 공약도 눈에 띈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없어 벌써 실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있다. 선거철이면 입에 발린 말로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구태를 반복하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엊그제 ‘7대 새누리 경제정책공약’ 1, 2호를 발표했다. 1호 경제공약인 청년 일자리 창출은 기업규제를 풀어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을 조속히 가동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하지만, 필연적으로 인력감축이 뒤따른다. 일자리 창출보다 기존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 원샷법 제정 당시 새누리당은 고용 안정 조항을 추가하자는 야당 주장에 반대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쉬운 해고를 허용하겠다는 배려였다. 그랬던 새누리당이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2호는 성장률 3% 유지 거시경제정책 운용이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중앙은행이 시중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한국판 통화완화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장을 위해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보유한 미국은 양적완화로 경제회복 효과를 봤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조차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밝혀 당정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 역시 엉성하다. U턴 경제특구 설치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각종 혜택을 부여해 해외 사업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진출 기업의 10%가 U턴하면 해마다 일자리 50만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사업장은 원가절감을 위해 보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떠난 것이다. 개성공단 철수 기업들도 인건비와 땅값이 비싼 국내에서는 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을 포기할 지경에 처해 있다. U턴은 고사하고 해외로 떠나려는 기업을 붙들어두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현실적이다.

해양관광 활성화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해양 신산업 육성’ 국정과제와 비슷하고, 공유경제 활성화는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공유경제 서비스 신산업 육성 방안’을 베낀 듯하다. 인터넷은행 10%대 중금리 대출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과제이고, 창조경제 활성화는 여전히 모호한 개념인 창조경제에 기여한 기업과 개인에게 포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황당하다. 각각의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없다. 다만 10대 공약 전체를 이행하려면 총 4조4000억원이 필요한데, 연도별 예산증가분을 활용한다는 두루뭉술한 계획을 내놨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내걸었던 공약은 일자리 창출, 새로운 취업시스템 확립, 경제민주화, 국회 파행 방지, 저출산·고령화 대책, 학교교육 정상화 등이었다. 당시 공약을 이번 총선에 그대로 적용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야당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댈지도 모를 일이나, 집권당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을 선전하기 전에 지난 4년 전 공약을 왜 이행하지 못했는지 고백해야 한다. 그런 성찰이 없으면 시민들은 이번 공약 역시 말의 성찬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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