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했다면 186석 묶을 수 있었을 텐데"

입력 2017. 6. 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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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문모닝에서 문땡큐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 “여권에 큰 그림 그리는 디자이너가 없다”

김진수 기자

‘문모닝에서 문땡큐로.’ 대통령선거 전 아침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다 당선 뒤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를 일컫는 말이다. 박 전 대표는 6월1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겨레21>과 만나 “문 대통령이 국민 가슴의 막힌 것을 뚫어주었다”며 추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최근 안경환 법무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탕평 인사에서 어긋나는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특히 장관 인사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과 연정이 무산된 것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186석을 묶을 기회를 놓쳤다. 여권에 큰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가 없다”며 짙은 아쉬움을 보였다.

“산들바람 여전히 불지만 봄날은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 달 반을 평가한다면.

잘하고 있어 박수를 많이 쳤다. 특히 취임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충일 기념사, 국회 시정연설은 감동적이었다. 국민의 가슴속에 막힌 것을 확 뚫어주었다. 파격적인 의전에도 박수를 보낸다. 첫 인사에서 호남 인사를 많이 배려했다.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인사를 발탁했다. 지금은 문재인의 시간이고 문재인의 태풍이 부는 때다. 그러나 태풍은 강하지만 길지 않다. 산들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지만 봄날은 가고 있다. 최근 인사를 보면 우리가 박수치면서 쳐놓은 그물에 대어가 낚이고 있는 것 같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어떻게 평가하나.

명성은 대단히 훌륭했다. 그런데 밝혀진 삶은 반대더라. 자유분방한 자유주의자인데 과거 저술 등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과연 공정한 법 집행과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에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포함해 이른바 ‘3K’는 모두 개혁성과 자격을 갖춘 분들이다.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나는 이들의 임명에 찬성했고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당론은 “5대 비리 배제 원칙에 어긋나 부적격”이라고 했다. 비판도 많이 받았다.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봤으나 절벽이더라.

협치를 강조하는데.

국회선진화법 이전과 이후의 국회는 완전히 다르다. 18대 국회까지는 대통령이 다수당이면 직권상정, 날치기 등을 통해 좋건 나쁘건 하고 싶은 일은 다 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19대 국회부터는 아니었다. 18대 국회는 이른바 ‘동물국회’, 19대 국회는 ‘식물국회’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는 국회와 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여당(120석)이 과반도 안 된다. 기반이 취약하다. 국정 지지도가 80%를 넘어 ‘내가 잘하니까 나를 따르라’는 식으론 안 된다. 지금까지 야당과 진정한 소통과 협치를 한 게 있나. 그걸 안 한 게 지금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추진 과정에서 업보로 돌아오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나 협치는 무엇인가.

협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대통령이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어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120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 186석을 묶는 ‘그랜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 정부에선 그걸 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 조각 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에 장관을 제의하고 나눠주는 연정을 했어야 한다. 협치는 곧 연정이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반기 들고 나온 것을 봤는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수인 강인덕씨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해 햇볕정책이 나오게 했다. 보수의 아이콘 김종필·박태준씨를 국무총리에 임명해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지지하게 했다. 주어야 받는 것이다. 독식하면서 ‘나를 따르라’ 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협치에 대한 근본적 자세 변화 있어야”

연정 무산의 아쉬움이 큰 듯하다.

연정을 했다면 186석을 묶을 수 있었다. 이들을 법과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묶는 국민적 에너지가 있었다. 왜 이걸 못하는지. 곳곳에 이야기를 했지만 누구도 ‘캐치’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협치에 대한 근본적 자세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은 어느 정도 엄밀하다고 보는가.

조국 민정수석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문모닝’(대선 당시 아침마다 문재인 후보를 비판해 생긴 별명)에서 ‘문땡큐’가 됐다. 당내에서 “그렇게 해서 민주당으로 가려느냐, 한자리 하려고 하느냐, 뭐 걸린 게 있어 그러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니면 누가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을 추진하겠는가. 새로운 한국의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분들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김이수 헌재 소장 후보자도 소수의견을 내면서 인권을 보호해온 사람이고 네 분(김부겸 행정자치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현역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도 훌륭하고 흠잡을 데 없는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다. 거기까지는 잘했다.

그 뒤 지명된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싫다. 말이 되는 인사인가. 결국 친문 코드 인사가 됐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설명을 해야 한다. 국민 지지도가 높으니까 나를 따르라고만 해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80%를 넘는다. 이유는 뭘까.

김영삼 전 대통령도 초기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지지율이 높으면 좋다. 그러나 여기에 함몰되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출마를 할 건 아니지 않은가. 포퓰리즘에 빠지면 오만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경계할 부분은.

6월에 여러 위기가 있다. 우선 김이수 헌재 소장 인준 문제다. 보수 야당은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반대의견을 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대한다. 추경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 역시 여당이 원하는 대로 되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있다. 나는 (이 현안에) 모두 찬성하지만 영세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다. 이 밖에 지금은 잠잠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아들 채용 비리,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 등 위험 요소도 있다. 특히 홍준표 전 지사는 정치권의 금도를 개의치 않는 사람 아닌가.

국민의당 지지도가 지지부진한데 좌표 설정은.

최근 당 지지도가 7~8%이지만 그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지율 6%였지만 승리했다. 야당의 본분을 지키며 문 대통령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혁신, 민생을 주장하면 된다. (정권이 아닌) 국민의 2중대 구실을 하면 된다.

“바른정당은 우리와 뿌리도 정체성도 다르다”

안철수 전 대표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정치권 주변에선 당대표 출마,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도전설 등이 회자되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도울 길을 찾겠다는 겸손한 자세다. 그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바른정당과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갈 것인가.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주역이다. 또 박근혜식 정치로 회귀하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국민이 요구하는 대개혁과 통합의 길에서 협력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우리와 뿌리도 정체성도 다르다. 필요에 따라 정책적으로 함께할 때는 하고 아닐 때는 따로 가는 것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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