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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관제데모 의혹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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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관제데모 의혹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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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관제집회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퇴직 경찰관 단체인 재향경우회가 뒷돈을 대주며 보수단체를 친정부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청와대가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집회개최를 지시하기까지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가 권력을 이용해 여론조작에 나섰다면, 그 자체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왜곡한 동시에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핵심인사는 “올해 초 한ㆍ일 위안부 합의 체결과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지지집회를 열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지시를 전달한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무소통비서관실 모 행정관을 지목했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 행정관을 수 차례 만났고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만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보수든 진보든 시민단체 관계자를 만나 여론을 청취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올바른 정책 형성과정이 아니라 여론을 정부 뜻대로 이끌기 위해 관제집회를 열도록 지시했다면 사정이 다르다. 시민단체를 정권의 홍위병으로 내세운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뒤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전경련이 2014년 9월부터 넉 달 동안 어버이연합에 1억2,000만원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이와 별개로 보기 어렵다. 전경련이 스스로 했을 수도 있지만 청와대와 국정원의 지시나 요구에 따라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3년 5월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전경련, 어버이연합 등 민간단체를 활용해 비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국정원 보고서가 공개된 데 미뤄 전혀 터무니 없는 관측이 아니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전교조 해체 등 정치ㆍ사회적 이슈 때마다 극단적 주장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당연한 의심이다.

청와대는 어버이연합의 위안부합의 지지 집회 지시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구체적 해명은 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하게 해명해야 한다. 이번 의혹은 적당히 시간을 끌며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불어 검찰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도 필요하다. 이 시대에 관제데모가 벌어진다는 건 대한민국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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