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주제분류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생활 속의 심리학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긍정심리학이 말해주는 행뵥

심리학이 출범한 뒤 오랜 세월동안 가장 역점을 둬 왔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정신병리이다. 즉, 인간이 겪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고통과 병적 증세들을 진단하고 구분하며 각각의 종류에 맞는 개선 및 치료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 심리학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결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 편람인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일 것이다. 여러 차례의 개정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이 DSM은 발달 초기단계에 진단되는 지적장애, 야뇨증에서부터 망상, 알코올중독, 정신분열증, 섭식과 수면장애, 성격 장애등 수많은 정신증, 신경증, 인격장애들을 진단하고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본 공간에서 DSM과 정신병리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것은 바로 정신장애가 아닌 행복이다.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지거나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해 심리학이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출처: gettyimages>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과 마틴 샐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는 TED 강연 시 자신의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했다. 그가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CNN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기자가 Seligman 교수에게 현재의 심리학에 대해 단 한 단어로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Good”이라고 말했다. 그럼 두 단어로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Not good"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 단어로 말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그의 대답은 "Not good enough"이었다. 첫 번째 대답은 본 내용의 처음에 논의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심리학이 이룬 업적 때문이었고 두 번째 대답은 정신장애에 대한 집중과 노력으로 인해 일반적이고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지거나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심리학은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음을 말하기 위해 세 번째 대답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은 무엇인가?

긍정심리학: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심리학적 조언들

1990년대 초반 이후 긍정심리학이라는 말을 심리학 내외로부터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심리학이 지니는 이른바 질환모형(정신장애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인생을 즐겁고 의미 있도록 만드는 요인들이 무엇인가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Martin Seligman과 더불어 이 긍정 심리학에는 칙센트 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댄 길버트(Dan Gilbert), 그리고 낸시 에트콥(Nancy Etcoff)과 같은 매우 중요한 연구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에게 얘기해 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를 진정으로 즐겁게 만드는 것들을 우리가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간과는 다른 것을 행복의 원인으로 잘못 생각하게 만들곤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들은 무엇일까?

▶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양은 매우 미미하다. 다시 말해서 부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가난은 가난이 드문 나라나 문화에서 행복하지 못할 가능성을 크게 만들곤 한다. 그렇다면 돈은 무엇일까? 필자도 강연과 집필을 통해 자주 강조하는 점이지만 돈 그 자체는 행복 촉진제라기 보다는 불안 완화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지갑 속의 넉넉하게 현금을 넣어 둔 날은 마땅히 쓸 일이 없으면서도(또 실제로 쓰지도 않으면서도) 집을 나설 때 왠지 안심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이 바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는 분명한 이유다.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으며, 내 머리가 좋아지지도 않는다. 이는 돈을 ‘제대로’ 써야만 가능한 일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 중 “OO에게 좀 더 잘할 걸” 혹은 “사람들에게 좀 더 착하게 대했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왜일까?
<출처: gettyimages>

▶ 죽음을 앞둔 사람들 중 “좀 더 일을 열심히 할 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OO에게 좀 더 잘할 걸” 혹은 “사람들에게 좀 더 착하게 대했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왜일까? 행복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가 사람들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라며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 현재의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곤 한다. 필자가 유학시절에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해 공부에만 몰두하자.”라는 각오로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자 지도교수께서 이런 말을 해 주셨다. “이 낯선 미국 땅에서 보내는 몇 년의 시간도 자네의 인생에서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시간이네.”라고 말이다. 살아오면서 내가 들었던 가장 중요한 조언들 중 하나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 위해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를 잊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 우리는 흔히 천재들은 고독하고 자기 일만 할 줄 아는 괴짜들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런 천재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천재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의 업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장난기를 가지고 있다. 다중지능 이론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고독한 괴짜로서의 천재가 아닌 농담과 유머를 즐길 줄 알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줄 아는 아이 같은 모습의 인물이었다고 알려준다. 사실 행복한 사람들은 사회성이 상당하며 과묵하기 보다는 대화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양한 측면에서 정서적으로도 메마르지 않고 풍부한 것으로 나타난다. 논리와 이성적인 차가운 모습, 엄숙한 모습, 혹은 냉철함만을 중요한 지향점으로 살아간다면 분명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72세에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인슈타인. 천재 물리학자였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 교정에서 찍힌 것이었다.
하지만 사진에 찍힐 당시 아인슈타인은 극심한 취재열기로 그리 편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과 더불어 장난스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말해주는 중요한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즐거운 삶, 관여하는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

긍정심리학에 의하면 행복한 삶은 삶의 세 가지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첫째, 즐거운 삶이다. 즐거운 삶은 일종의 기술이고 경험이다. 즐거운 경험을 자주 하고 즐거운 경험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더 자주하고 따라서 행복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더 크게 가진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행복을 위해 단순히 즐겁고 긍정적인 정서 이상의 무엇을 요구한다. 게다가 즐거운 삶은 중요한 제한점이 있다.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 부분 유전적이라는 것이다. 즉, 낙천적인 부모에게서 낙천적인 자식이 출생할 확률이 그리고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비슷한 성격의 자식을 낳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다. 다소 억울한 이야기이다. 또한 즐거움은 곧 ‘익숙’이라는 것에 빠지고 만다. 어떤 대상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더라도 그 대상을 자주 경험하게 되면 즐거움은 점차적으로 감소한다. 첫 키스 혹은 새로운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계속되지 않는 이유다. 즉, 우리는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삶의 방식이 더 필요하다.

내가 남을 위해 한 배려의 양과 질을 기억하는 순간 ‘아,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그 중 하나가 관여하는 삶이다. 관여(engagement)란 무엇인가? 어떤 대상이나 일 혹은 사건에 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언가에 몰입(flow)할 때 시간이 멈춤을 느낀다. 너무나도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성과의 첫 데이트를 위해 보낸 몇 시간은 일상생활에서의 몇 분보다도 더 짧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몰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몰입을 경험한 사람은 지루함과 좌절이 아닌 생동감과 활력을 선물로 받는다. 그리고 단순히 즐거운 것이 아니라 도전과 기술의 향상을 위한 동기를 지니게 된다. 삶은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몰입이론의 출발점인 칙센트 미하이 교수에 의하면 몰입의 경험을 풍부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함을 넘어서서 훌륭한 삶이 된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또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의미 있는 삶이다. 의미 있는 삶은 자신만의 강점을 인식한 뒤 그 강점을 사용하여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인가에 속해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봉사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생의 중간 중간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남을 위해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음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이룬 성취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왜일까? 한 사람의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신만을 위해 산다는 것은 ‘보람’이라는 느낌을 가지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받은 잠시지만 감사의 눈인사, 자원봉사로 흘린 땀을 닦으면서 건네 받은 시원한 냉수 한 잔 등 크고 작고를 떠나서 내가 남을 위해 한 배려의 양과 질을 기억하는 순간 ‘아,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주어진 행복이 아닌 만들어 가는 행복

즐거움, 만족, 행복감의 대부분은 긍정적 정서들일 것이다. 그리고 불안, 공포, 긴장감 등과 같은 느낌들은 부정적 정서일 것이다. 뇌에는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부정적 정서를 담당하고 있는 편도체(amygdala), 시상하부(hypothalamus) 등은 대뇌피질보다 상대적으로 더 내부에 있는 구조물이다. 우리의 뇌는 일반적으로 내부와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본능, 즉 타고난 것들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 있는 대뇌피질을 향해 갈수록 후천적이며 해석이 필요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구조물들은 안쪽에, 그리고 긍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뇌구조물들은 상대적으로 더 바깥쪽에 분포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긍정적인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의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포나 불안은 우리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른바 ‘주어지는 것’이지만 행복과 기쁨은 우리가 그 느낌들을 향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가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상황과 타인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다린다. 그 행복은 나 자신에 의해서만 가능한데도 말이다. Martin Seligman 교수는 위의 세 가지 길을 향해 더 가까워지려는 기술을 지니려 나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야만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힘을 주어 얘기해 주고 있다.

발행일

발행일 : 2011. 09. 12.

출처

제공처 정보

  •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reasoning(2007) 등을 발표하였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작권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네이버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