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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경제 L자형 침체 상정한 장기플랜 세워야

입력 : 
2020-03-18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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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의 대침체가 예견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가동·주재하기로 했다. 대통령은 경제, 국무총리는 방역으로 나눠 양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체제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비상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 과감한 대책이 더욱 신속하게 집행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집행 타이밍을 특히 강조했다. 발언으로 미뤄 비상경제회의는 피해 극복, 한계기업 구제, 내수 회복을 위한 재정 확보와 집행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되는 재난기본소득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발언은 시급성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지만 단기 대책에 치우친 느낌이 있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L자형 경기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L자형 경기 침체란 경기가 급속히 추락한 뒤 상당 기간 저점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2월까지 국내외 대부분 실물경제지표가 두 자릿수대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3월 들어 코로나19 확산 속도만큼 경기 냉각 속도도 빨라졌다. 오랫동안 낙관론을 피력해 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끝나는 시점을 7월 또는 8월로 늦춰 잡았다. 바이러스가 잡힌다고 경제 여진이 같이 가라앉으리란 보장도 없다. 세계는 근래에 보지 못했던, 아주 긴 L자형 침체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상경제회의가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대증 처방을 위한 것이라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돈 쓰는 일에 큰 기술이 무슨 필요가 있나. 정부는 단기 피해 구제와 동시에 L자 침체를 버티는 전략, 이후 U자 반등으로 넘어가는 중장기 국가 경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 노선 수정을 포함한 국가 체질 개선을 겨냥한 것이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는 국내 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고통스러웠지만 한국 경제 체질이 그래서 바뀌었다. 벤처산업을 키워 경기 반등의 주력군으로 삼았다.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도 다르고 처방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위기를 국가 개조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원리는 늘 똑같다. 성공과 실패가 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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