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생은 지금 ‘소프트웨어’ 강의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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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이 지난해 가을 학기 하버드대학 샌더스 씨어터 강의실에서 진행된 컴퓨터과학 입문(CS50) 수업에서 특별연사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버드대>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큰 초대형 강의실 ‘샌더스 씨어터(Sanders Theater).’ 이곳은 하버드대에서 학문적 트렌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그레고리 맨큐 교수(경제학 원론)와 마이클 샐던(정의란 무엇인가) 등 스타 교수가 강의한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최근 샌더스 씨어터를 차지한 과목은 ‘컴퓨터과학 입문(CS50·Introduction to Computer Science I)’이다. CS50은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화, 보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웹 개발 등을 가르치고 컴퓨터 언어로는 C, PHP, 자바스크립트 등이 포함된다.

CS50 담당 데이비드 멀렌 교수는 매일경제와 이메일 인터뷰 및 강의을 통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CS50을 수강신청한 덕분에 CS50을 2008년부터 샌더스 씨어터에서 강의해왔다”며 “CS50은 교양과목으로 초보적인 컴퓨터과학을 가르치지만 이 강의를 듣고 인생의 진로를 개발자의 길로 바꾼 사람이 많을 정도로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학기 CS50은 전체 학부생의 12%에 해당하는 818명이 수강신청해 하버드대 전체 과목 중 최고 인기 강의로 나타났다. 이는 CS50강의가 생긴지 30년 만에 가장 많은 학생이 신청한 것이며 전과목을 통틀어서도 최근 5년 간 가장 많은 학생이 등록한 것이다. 지지난해 가을학기 1위를 차지했던 경제학원론은 수강신청 학생이 772명으로 CS50에 1위 자리를 양보했다.

CS50의 경우 기말 과제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여는 데 이곳엔 구글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 관계자들도 대거 참가해 대학 행사라기 보다 소프트웨어 박람회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예일대도 올해 가을 학기부터 CS50과 똑같은 강의를 개설하기로 했다. 학생들로부터 컴퓨터과학 수업에 대한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예일대는 이를 위해 하버드대학으로부터 강의 개설 허락과 자문을 받아야 했다.

반면 서울대 최대 초대형 강의장인 문화관 중강당을 차지한 강의는 인문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학기 전공 외 수강신청인원이 가장 많은 강의는 298명이 신청한 ‘삶과 인문학’이었다. 그 뒤를 ‘시장경제의 이해(256명)’가 차지했다. 서울대에서 교양으로서 코딩의 기초를 가르치는 강의는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이 유일한데, 이 강의는 올해 1학기에 2개 강좌가 개설되었고 총 정원 100명에 98명이 신청했다. 국내 최고 학부라는 서울대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의 바로미터인 코딩에 대한 관심은 인문학과 경제학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셈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열기는 하버드대는 물론 초중고생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무료 온라인 코딩 교육 사이트인 ‘코드닷오알지(code.org)’이다. 이 곳은 지난 2013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소프트웨어 거물과 기업들이 총 1000만달러를 지원해 만든 곳으로 최근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어린이들의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홍보 영상에서 “게임을 하기보다 게임을 직접 만들라”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미국에선 일선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이 사이트를 이용해 코딩을 공부하는 초중고생들이 확대되는 추세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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