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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생태계도 위태롭고 태양광 산업도 흔들리고

입력 : 
2020-02-13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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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업체인 OCI가 국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20일부터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1월 ㎏당 17달러에서 올해 초 7달러로 급락했는데 전기료와 인건비 등 생산비가 크게 올라 국내 제조원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OCI는 2018년 4분기 적자로 돌아선 뒤 다섯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이 16.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807억원에 달했다. OCI뿐 아니라 웅진에너지 등 다른 국내 태양광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저가 중국산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은 원료를 가공하는 폴리실리콘과 이를 녹여 결정으로 만드는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발전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이 중 폴리실리콘 생산량 세계 3위 업체인 OCI가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 의존도가 심해져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정부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태양광에는 2017년 이후 매년 1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정책 탓이 크다. 보조금이 태양광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고 값싼 패널을 수입해 발전 설비를 늘리는 데 집중되다 보니 중국 기업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태양광 산업까지 무너지면 큰일이다. 에너지 정책이 잘못되면 전기 값이 급등하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 삶의 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OCI의 국내 태양광 사업 철수를 계기로 기존 에너지 정책에 오류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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