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살리기 강조하면서 反기업 입법 쏟아내는 이율배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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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어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전속고발제 폐지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를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와 별도로 고용노동부는 해고자 실업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노동조합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면 노동계 혹은 반기업적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왔던 조항들이다. 기업활동은 전방위적으로 옥죄면서 강경 노조에는 날개를 달아줄 우려가 다분한 것들이다.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런 입법을 쏟아내는 것은 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들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친노동정책의 주요 공약이며, 민노총과 전교조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입법안대로 통과되면 극력 불법 투쟁을 벌이다 처벌을 받고 해고된 이들이 그 회사의 노조전임 간부를 맡을 수 있게 된다. 일부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 문제로 법외노조에 머물러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합법노조 자격을 얻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조와 그 간부들에게 안심하고 더 강력하게 투쟁하라고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상법개정안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해외 투기세력들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수시로 흔들어댈 우려가 없지 않다. 또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가 아닌 시민단체, 소비자 누구라도 기업을 고발할 수 있게 돼 기업은 결과적인 유·무죄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수사기관에 불려 다녀야 할 처지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대기업들을 방문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왔다. 정부는 해외에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려는 리쇼어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기업적인 제도들을 만드는 걸 보고 다시 돌아올 마음이 생길 경영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지금은 문 대통령의 지적대로 전시경제에 준하는 비상시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든 기업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법 개정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 선출#상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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