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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가 뭐길래…‘면역력 좋아진다’ 입소문에 불티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3.05.28 14:05:48
  • 최종수정 : 2013.05.29 09:22:58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박윤성 씨(38)는 단골 약국에 들를 때마다 물어보는 것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로 알려진 유산균 제품 ‘VSL3’가 입고됐는지 여부다. VSL3는 한 방송사가 프로바이오틱스 효능에 대해 보도한 이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며 주목받았다. 박 씨는 3월부터 구매를 알아보다 4월 중순에서야 겨우(?) 2통(성인 1인 2달 치)을 살 수 있었다. 그는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병을 앓는 남편과 아토피 증상을 보이는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주변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사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호황세다.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 수입된 VSL3가 품절 사례를 겪는가 하면 코스닥 상장사인 쎌바이오텍 제품 ‘듀오락’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8%나 늘었고 재구매율은 60%에 달한다. 영유아 제품을 내놓은 베베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제약사와 식품회사들이 앞다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내놓으며 100여개 이상이 격돌 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보다 넓은 개념이다. 유산균은 당류를 분해해 젖산을 만드는 균으로 주로 장에서 활동하는 유익한 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유산균을 포함해 우리 몸에 유익한 균 전부를 총칭한다.

업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 늘어나며 국민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국민병’이라고 불릴 만큼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진 것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알레르기는 불안정한 면역기능이 외부물질, 즉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증상으로 면역력과 관련이 깊다.



유산균 등 몸에 좋은 균 총칭 하루 1000억마리 이상 섭취 권장

학계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몸에 해로운 유해균을 막는 기능이 있다. 장(腸) 내벽은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소화·흡수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주름이 잡혀 있는데 이 주름 사이에 유해균이 서식하기 쉽다. 이 자리를 유익균이 차지하면 자연스레 유해균이 줄어든다.

또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세포의 80%는 장에 서식한다. 유익한 균은 면역세포가 과민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면역 손상도 복구한다. 실제로 프로바이오틱스 일종인 ‘락토바실러스 카제이’를 흡연자에게 섭취하게 한 결과 면역계 주요 방어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산균은 죽은 뒤에도 같은 유산균의 먹이가 돼 다른 유산균이 잘 자라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김치, 된장 등 자연 발효식품에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수의 유산균을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는 살아 있는 균’으로 정의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식약처에서는 1일 권장량을 1억~100억마리로 규정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보다 10배 정도는 더 섭취해야 효능이 있다고 본다. 장까지 살아서 도착하려면 권장량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가 프로바이오틱스 유익균 수를 늘린 제품 개발에 골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어 한국야쿠르트는 7가지 프로바이오틱스를 1000억마리 이상 넣은 발효유를 내놓았다.

VSL3를 공식 수입하는 나무물산의 김석진 대표는 “하루에 수천억 마리의 살아 있는 유산균을 먹어야 면역력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문이 줄을 잇고 있다” 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09호(13.05.29~06.04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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