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죄-조선·해운 6대 도시 ‘하청의 비명’

하청 노동자 “실업급여 등 정부 대책, 피가 철철 흐르는데 반창고 붙이는 수준”

김지환 기자

4대보험 가입률 낮은편…일감 따라 이동하며 일당

임금 입증은 쉽지 않아…실업급여 혜택 못 받기도

“큰집에서 머슴살이했으니 실업급여라도 받지 중소형 조선소 물량팀이었으면 이것도 없었다.”

지난해 말까지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1차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베테랑 용접공 김태호씨(55·가명)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일하던 업체는 원청인 현대삼호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물량이 빠지자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업체 폐업으로 실직자 신세가 된 그는 올해 초부터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수만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소리 없는 구조조정을 당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이들을 충분히 받쳐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1차 하청업체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일하는 물량팀은 4대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지난해 물량팀 노동자 49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조건 실태연구 보고서를 보면, 4대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1.90%였다. 지역별로는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가 있는 거제지역의 경우 4대보험 가입이 97.18%로 가장 높았고, 중소형 조선소가 모여 있는 통영지역은 31%로 가장 낮은 가입률을 보였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의 물량팀은 4대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반면 중소형 조선소 물량팀일수록 가입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물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물량팀 노동자도 사후적으로 고용지원센터를 찾아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물량팀 노동자가 어떤 회사에서 얼마의 임금을 받아왔는지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특히 물량팀 노동자는 사무직이 아니라 일감에 따라 움직이며 일당을 받는 구조인 데다 물량팀장 중에선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입증이 더 어렵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실업급여 연장 등 정부 대책은 피가 철철 흐르는데 반창고 붙이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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