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세수확보 다급한 정부, 대기업 R&D 세액공제 확 줄인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0 17:32

수정 2015.07.20 21:47

정부, R&D 조세제도 대폭 손질… 대기업 공제율 40%→30%로

세수확보 다급한 정부, 대기업 R&D 세액공제 확 줄인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 관련 조세제도를 대폭 뜯어고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독차지했던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고 전년에 비해 R&D투자를 크게 늘린 기업에 더 많은 조세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 공제 등으로 보전받던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R&D 지원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손질

20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R&D예산 지원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이고, 관련 조세지출은 3위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서 질적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국회에서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을 (중소.중견기업보다) 높이겠다"면서 "대기업들이 투자와 R&D에 대해 비과세.감면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며 이를 축소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현재의 연구.인력개발비(R&D비용) 세액공제를 우선 손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조세지출액(잠정치)은 R&D비용 세액공제가 3조561억원으로 전체 조세지출 항목 중 가장 많다. 이를 포함한 조세지출 상위 20개 항목의 총 지출액만 26조원이다. 전체 국세감면액(33조원)의 약 79%에 달한다. "증세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이상 조세지출 규모가 큰 이들 항목부터 줄여야 세수부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조세지출이란 당초 거둬들여야 하는 세금을 세액공제나 세액감면 등을 통해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경우 법인세에서 해당 금액만큼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기업 연구소의 직원 인건비, 연구용 물품비 등을 지원해주는 R&D비용 세액공제는 기업의 R&D 활동을 촉진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현재 이는 기업이 2개 중 하나를 선택해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해연도 관련 지출액×25%[중견기업 8~15%, 대기업 2~3%]'로 계산하는 당기분 방식과 '(당해연도 지출액―직전연도 지출액)×50%[대기업 40%]로 산출하는 증가분 방식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제도에선 대기업이 R&D투자액을 전년보다 5.3% 이상만 늘려도 증가분 방식을 선택해 '증가분의 40%'를 공제받을 수 있다. '5.3%'는 당기분 방식에서 증가분 방식으로 넘어가 더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셈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최근 3년간 대기업의 R&D 평균 증가율이 13.9%인 상황에서 기준점 '5.3%'는 너무 낮다. 이는 R&D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더라도 대기업 대부분은 증가분 방식을 택해 더 많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R&D투자를 더욱 크게 늘린 기업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에 맞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기준 높이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기업의 공제율을 40%에서 30%로, 또는 이보다 더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준점이 7~8% 또는 10% 정도로 높아져 전년에 비해 해당 숫자만큼 투자를 늘리지 못한 기업은 증가분 방식을 선택해도 메리트가 없어진다.

앞서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증가분 방식의 계산식에서 기존 중소기업 50%, 대기업 40%이던 공제율을 중소기업 50%, 중견기업 40%, 대기업 10%로 각각 조정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설비투자 세액공제도 '축소'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연구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도 R&D 유발효과가 제한적이어서 공제율을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이달 초 열린 '기업과세 및 투자지원 제도 합리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기업의 연구활동 과정상 필요한 연구시험용 시설, 직업훈련용 시설, 신기술 사업화 시설 등에 대한 비용지원을 목적으로 생긴 이 제도는 연구·인력개발비 지원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현재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의 공제율을 각각 적용하던 것을 대기업만 1~2%로 낮추거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다소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몰은 기업들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 등을 막기 위해 당분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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