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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대유행 상정한 전례 없는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

입력 : 
2020-03-03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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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가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늘어나며 '팬데믹'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중동 지역 환자가 지난달 말 각각 1000명을 넘어서고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공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직 팬데믹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28일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위험 수준을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주식시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국가 시가총액은 1월 20일 이후에만 7300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에 육박하는 돈이 한 달 남짓한 사이 사라져버렸다.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보니 세계 주요 경제기관들은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 36곳의 전망치를 지난달 24일 블룸버그가 집계 결과를 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불과 한 달 사이에 0.2%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한국은 그중에서도 엄중한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가 80개국을 넘어섬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 출장·영업은 사실상 중단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한국 방문도 거의 중단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신규 영업 중단 외에 기존의 해외 거래처 단절, 납품계약 이행 차질, 국내 브랜드 이미지 손상 등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월 들어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데 중국, 미국, 베트남 등의 입국 차단이 확대되면 앞으로 수출기업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추가경정예산안 당정 협의에서 "일단 굳게 버텨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전례 없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라는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면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선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겼을 것이다. 기업들도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맞서 기존의 업무시스템과 경영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이런 상황에 맞춰 재정·통화정책을 완전히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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