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윗분과 스트레스 안받고 근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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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2.27. 오후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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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직장인 29% "어린 상사, 권위적 행동 피곤"

42% "나이든 직원에 업무 지시 어려워"

서로 존댓말로 신뢰 쌓아 불편함 덜어야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에 다니는 김모 과장(33·여)은 얼마 전 자신의 업무를 보조해줄 직원 한 명을 뽑았다. 과장이 되고난 뒤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인수인계 과정부터 마찰이 생겼다. 세 살이나 많던 부하 직원은 경력직으로 입사한 티를 내며 '통밥'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왜 이렇게 처리했느냐"고 물으면 장황한 해명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김 과장이 직원의 말을 끊고 "요점만 설명해 달라"고 면박을 주는 일도 잦아졌다. 어느 날 퇴근 후 김 과장은 직속 부장에게서 "A씨가 나이도 많은데 배려해주면 안되겠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김 과장은 "그 다음부터 부하 직원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예의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의 역속인 직장생활 속에서 껄끄러운 관계 중 하나가 나이가 역전된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취업에 성공해 어린 나이에 '상사' 계열에 합류한 이들이 있는 반면 '입시 지옥'보다 모질다는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른을 훌쩍 넘은 신입사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하상사를 모시고 일하는 부하직원도, 나이 많은 직원을 부리는 상사도 편치만은 않다. 태어난 순서대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순조롭겠지만 실상은 껄끄러운 상하관계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연하상사와 연상부하, 누가 더 불편할까?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이 직장이 10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어린 상사를 모시는 쪽이 조금 더 불편함을 느꼈다. 응답자의 62.2%가 "연하상사와 일하기가 곤혼스럽다"고 답했다.

◆나이도 어린데 권위적인 행동까지= 기자 경력 6년차인 김모씨(33)는 입사 초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굴욕감을 지울 수 없다. 한 살 적은 사수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사용하는 것까지는 이해했지만,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도 모자라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김씨는 "입사를 먼저 했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지시할 때마다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며 "지금은 사이가 좋아졌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발차기를 할 지경"이라고 회고했다.

직장인 임모씨(34)도 직장 선배의 권위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입사 초기 세 살 어린 직장선배는 거래처 회식 때마다 임씨를 데리고 갔다. 같은 부서지만 업무가 다른 탓에 해당 거래처 직원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임씨였다. 서너 차례 동행을 한 임씨는 직장선배가 자신을 '술 상무'로 여긴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민 끝에 임씨는 "다음 회식부터는 따라가지 않겠다"는 직언을 했고, "너 많이 컸다"는 차디찬 조소가 돌아왔다. 임씨는 "나이도 어린 사람이 너무 말을 함부로 했다"면서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사람인 조사결과 '어린 상사'와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이유는 권위적인 행동(29.4%)이었다. 상사의 리더십 부족(28%)과 호칭의 어색함(27.3%),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조아려야 해서(25.5%), 면박을 줘서(19.6%), 자존심 상해서(19.6%) 등도 스트레스의 이유로 꼽혔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27.3%는 연하상사 때문에 이직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하상사 "업무 지시 어렵다"= 연하 상사도 껄끄럽긴 매한가지다. 호칭부터 업무 지시까지 나이 많은 부하직원을 부리는 것이 마냥 편하지가 않다.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정모 대리(32)는 올해 초 동갑인 신입사원을 받았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뒤늦게 입사한 신입사원은 소극적인 성격에 말수도 적었다. 정 대리는 "나도 그 직원이 어려운데다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탓에 지금까지 딱 세 번 말해봤다"며 "업무가 겹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지시할 일이 생기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상직원 보다는 덜 하지만 연하상사도 나이 많은 직원과 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직장인의 64.6%는 연상직원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었고, 이 중 절반(49.9%)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여성의 55.8%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답해 남성(46.7%)보다 많았다. 군대로 인해 여성의 취업시기가 남성 보다 빠른 만큼 나이 많은 남성 부하를 둔 여성 직원의 비율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상직원과 일하기 힘든 이유는 42%가 업무지시의 어려움을 꼽았다.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답변도 36.2%에 달했고, 잘못을 지적하기 어렵다는 고민도 35.7%에 달했다. 부하직원이 은근이 나이 많은 것을 과시하는 경우(26.1%)와 호칭의 어려움(20.1%) 등도 있었다.

◆공공의 적이 생기면 관계 회복?=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이런 미묘한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상하관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관계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 김 과장의 경우 업무를 철저하게 나누면서 마찰을 줄였다. 김 과장은 "서로 업무를 공유하지 않으면 따질 일도 별로 없다"면서 "아직도 불편하긴 하지만 최소한 면박을 주고 미안해하지 않아서 좋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 과장(34)은 고약한 관리자를 만나 선후배 관계가 돈독해진 경우다. 박 과장은 늦은 입사와 치열한 경쟁의 산물로 연하상사는 물론 연상부하도 많았다. 어색하던 이들의 관계는 수년전 '깐깐한' 관리자가 부임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업무를 빨리 끝내라"고 닦달하는 관리자 뒷담화를 하다보다 어느새 끈끈한 동료애가 생긴 것이다. 박 과장은 "꼰대처럼 사사건건 볶아대는 매니저가 공공의 적"이라며 "서로 나이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나이 때문에 부딪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계 제약사로 자리를 옮긴 김모 팀장(33)은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직장 선후배 관계를 극복했다. 상하관계가 엄격했던 이전 직장과 달리 현재 직장은 직책과 함께 깎듯한 존댓말을 사용해 오히려 어색했다고 한다. 그는 "입사 초기에는 부장까지 서로 존대말을 쓰는 분위기가 이상했다"면서도 "존대말을 쓰다 보니 나이 많은 후배라도 하대를 하지 않게 된다"고 경어 애찬론을 펼쳤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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