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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서 K바이오 새 역사 쓴 SK 신약 개발

입력 : 
2019-11-25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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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자회사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지난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을 중간에 기술 수출한 경우는 있었지만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 및 승인까지 전 과정을 자력으로 진행해 FDA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실패했던 임상 3상 벽을 뛰어넘은 것은 미국에서 K바이오 새 역사를 쓴 것이나 다름없다.

신약 '엑스코프리'의 탄생은 SK가 1993년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27년간 도전한 끝에 거둔 성과다. 신약 개발에는 보통 10~15년이 걸리고 숱한 실패에, 비용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게 일반적이다.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겠다는 뚝심으로 실적 압박을 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엑스코프리가 개발부터 FDA 문턱을 넘기까지는 18년이 걸렸다. 2011년 신약 개발 사업 조직을 분할해 출범한 SK바이오팜이 8년간 연구개발비로 투입한 금액만 480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손쉬운 복제약으로 돈을 벌 때 '신약주권'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투자한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2002년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미국, 중국에 연구소를 세운 것도 주효했다.

이번 쾌거는 코오롱 인보사 판매 취소, 신라젠 펙사벡 임상 중단,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임상 오염 등의 좌절로 불신이 커진 K바이오산업의 저력을 다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약 개발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신약 개발이 좌초됐던 기업들도 악재를 딛고 일어나 K바이오산업의 자존심 회복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급증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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