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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파트 관리비 증발 사건 막으려면 외부감사제도 보완해야

입력 : 
2020-01-07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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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비 횡령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이 잇따라 숨진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12억원이 드는 노후 수도관 교체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사대금이 정상적으로 지불되지 않아 주민들이 아파트 노후 시설을 고치기 위해 쌓아놓은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을 살펴봤더니 문제가 발견됐다. 회계장부에 7억원 이상으로 기록된 잔액이 24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리사무소 전·현직 직원과 동대표 등을 관리비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이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상태다.

'2018 인구주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50.1%는 아파트에 거주한다.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살다 보니 전국 아파트 단지 1만6700여 곳에서 관리비를 둘러싼 마찰은 수시로 발생한다. '승강기가 설치된 150가구 이상 아파트'에 대해 회계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고 연 1회 감사를 받아 그 감사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도록 2015년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한 이유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제도는 형해화되고 있다. 우선 회계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 외부감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또 아파트 관리인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회계감사를 받지 말자고 주민을 설득하고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외부감사를 생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인은 브로커에게 '무늬뿐인 감사'를 맡기고 회계사는 도장값만 챙겨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회계사 20명이 아파트 단지 2900곳과 계약한 자료가 있을 정도다.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 관리실태를 감사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개 단지에서 비리·부실회계 사례 300여 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는 무엇보다 입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감시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다. 아파트 외부감사제가 보다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회계사 지정방식이나 감사보고서 공시방식을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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