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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에만 부담 떠넘기는 고용연장은 안 된다

입력 : 
2020-02-13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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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제기한 고용 연장은 장기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현시점에서 적절한지를 놓고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언급했지만, 노인 일자리 강화를 말하며 나왔으니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방안의 연장선에서 나온 언급으로 정년 연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파장은 크다. 야당이 즉각 4월 총선을 앞두고 꺼낸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발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고용 연장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일할 수 있는 계층 감소를 감안할 때 불가피할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2025년엔 65세 이상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0~2029년 연평균 33만명, 2030~2039년 52만명씩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에 한국 경제성장률은 2041~2050년 평균 1.0%로 떨어진다. 이런 사태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 후 생기는 공백을 메울 해결책을 고용 연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는 고용 연장은 안된다. 2017년부터 시행된 60세로의 정년 연장 후 뒤따라야 할 제도적 정비가 아직 안됐는데 또 추가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경영계는 항변한다. 정년 연장이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키웠고 청년층 취업 문을 더 좁힌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도 지적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에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구체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현 정부 임기 내에 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에 부닥치자 중장기 과제로 넘긴 바 있다. 고용 연장은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먼저 바꿔야 연착륙할 수 있다. 현재의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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