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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플레이션 우려 가벼이 볼 일 아니다

입력 : 
2019-09-04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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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마이너스 기록은 우리 경제에서 처음 겪어보는 현상이라 충격적이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04% 하락한 건데 1965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함께 발표한 올 2분기 GDP디플레이터도 -0.7%로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GDP디플레이터는 소비자와 생산자, 수출입물가 등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 요인을 포괄한 종합적인 물가지수다. 소비자물가와 GDP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로 갔으니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연결된다. 디플레이션은 일반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데 국제통화기금(IMF)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이어갈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한다.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미뤄지며 장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총체적인 수요 감소로 상품이 팔리지 않고 이는 다시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물가가 떨어지니 화폐 구매력은 높아지지만 빚을 지고 있는 가계나 기업은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성장이 더디고 물가가 떨어지면 재정수입의 근원인 세금도 안 걷힌다. 1990년대 일본 경제에 몰아닥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처럼 저성장·저물가의 장기 불황이 현실화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런 지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요 부문의 물가상승 압력도 약화되긴 했지만 그보다 유가나 농축산물값 하락 같은 공급 측 요인의 영향이 커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만큼 그 해악을 너무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우려가 경제활력 저하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관건은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이냐다. 정부는 내년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을 짜는 확장재정을 택했다. 정책 조합 차원에서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확장재정엔 재정건전성 악화가 걸리고,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진입을 막으려면 모든 정책 수단을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디플레이션만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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