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슈퍼컴퓨터 독자개발 포기, 영국회사 CPU설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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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6.21.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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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촬영한 일본의 슈퍼컴퓨터 '京(경)'.[고베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책 대전환…일각에선 "범용기술 의지하다 PC처럼 뒤처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이 독자적인 슈퍼컴퓨터 개발을 포기하고 영국 회사의 기본설계를 활용하는 '범용기술'을 채용하기로 해 주목된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슈퍼컴퓨터(슈퍼컴) 주개발회사 후지쓰(富士通)는 이화학연구소와 공동개발하는 슈퍼컴의 두뇌 부분에 반도체 설계기업 영국 '암(ARM)홀딩스'의 기본설계를 쓰기로 했다.

그간 독자성에 집착하던 후지쓰가 세계의 기술이나 부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슈퍼컴에서도 PC처럼 기술 범용화가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의 슈퍼컴 '경(京)'의 차세대 컴퓨터 중앙연산처리장치(CPU)에 암의 기본설계를 채용한다는 방침은 독일에서 열린 2016 국제슈퍼컴퓨팅콘퍼런스에서 20일 발표됐다.

암과 협력해 슈퍼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후지쓰의 목적이다. 암의 CPU는 유럽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도 사용되는 등 '사실상의 표준' 가운데 하나의 지위를 얻어가는 중이다.

암의 기본설계를 채용하면 세계의 기업이나 연구자가 만든 많은 소프트웨어를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 그간 경의 CPU는 후지쓰가 주도해 기본설계를 해왔다.

차세대 슈퍼컴은 일본 정부가 1천300억엔(약 1조4천557억원)을 투자, 후지쓰가 2020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계산속도가 매초 1경회인 '경'의 수십배 빠르다. 소비전력은 30~40㎿다.

슈퍼컴은 국가의 위신이 걸린 문제인 만큼 그간 일본은 독자개발을 고집한 측면이 있다. 기상현상의 시뮬레이션이나 의약품 개발, 인공지능(AI) 개발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책을 바꾼 것은 그동안 슈퍼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후지쓰와 그 이용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한정되면서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자전략을 고수하면 고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후지쓰는 슈퍼컴 CPU에 타사의 기본설계를 채용해도 "회로 구축 방법에서 독자성은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기술 종속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수십만~수백만개의 CPU가 연결되는 슈퍼컴에서는 개별 CPU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역할을 배정할지가 중요하다. 후지쓰는 CPU간 통신속도가 빨라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유지 보수나 이용자 교육을 해주는 서비스에도 주력하고 있다.

다만 함정도 있다. 돈만 내면 모든 기업이 후지쓰처럼 암의 기본설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후지쓰가 새로운 독자성을 계속 창출하지 못하면 세계 슈퍼컴 업계에서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한다.

중국의 영향력 증가도 새로운 변수다. 중국은 CPU를 대량으로 연결하는 물량작전으로 계산속도 세계 1, 2위를 이뤄냈다. 이 기술을 살려 시장에 슈퍼컴 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일본 업계는 이전에도 범용화가 진행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사례가 여럿이다. PC에서는 기본운영체계(OS)나 CPU 등의 기간기술에서 미국 쪽에 밀려 독자색을 내기 어려워졌다.

특히 PC 제품 자체는 신흥기업에서도 쉽게 만들면서 일본세력이 쇠퇴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외부 범용기술은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기술력도 계속 연마해 높여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가는 것이 슈퍼컴에서 PC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PC 사례처럼 외국 기업과 경쟁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슈퍼컴에서도 '기간설계는 미국과 유럽, 생산은 중국에 의존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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