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앞에 선 韓, 이민자 적극 수용해야 할까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외국인 인재를 확보하려면 이민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민법을 고쳐 세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해야 합니다."

이민자의 나라로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서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초 취임과 함께 혁신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이민법을 지목하며 이 같이 역설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권 2기 핵심 정책으로 이민법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민정책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갈수록 인구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이민처'나 '이민청'의 설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지난 5월말 현재 167만명을 넘어섰다.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연구위원은 '한국 이민정책의 새로운 탐색'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이민사회는 이미 진행 중인 우리의 미래"라며 "외국인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2012년까지 연평균 9.7%의 외국인 증가율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경 국내 외국인은 약 500만명으로 총인구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UN)도 2050년경에 한국 인구의 약 13.9%가, 국제통화기금(IMF)은 3분의 1 이상인 35% 이상이 외국인 이민자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 위원은 "이민정책은 각 부처별로 분산돼 업무 중복과 예산 낭비 문제가 상당하다"고 비판한 뒤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민·다문화처'를 설립해 이민정책을 총괄하도록 하고 이민 관련 법률도 이민법으로 통합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수장을 맡았던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민처' 설립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권 전 부총리는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외국 인력의 활용을 국가 전략의 하나로 다뤄왔지만 한국은 이 문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제대로 들여다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이민자와 재외동포 등 인력 유입의 필요성만 이야기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이들을 활용하고 포용할지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며 "차관급인 이민청보다는 대통령 직속의 이민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선 2~3%대 성장률로는 어렵다"며 "성장률을 과거 전성기인 7%대까지 끌어올리고 국민소득을 10만달러까지 늘리기 위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600만명까지 이민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도 2011년에 외국의 우수 인력을 유치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사회통합적 다문화 정책을 전담하기 위해 이민청(가칭) 설치를 검토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재부는 '이민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해외사례 분석과 외국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독일의 연방이민난민청, 영국의 국경관리청, 캐나다의 국적이민다문화부, 호주의 이민시민권부 등 이민과 관련한 선진국 정부 시스템을 살펴보고 이민전담기구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최근까지 관련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민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검토는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아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민정책에 가장 소극적인 국가인 일본도 아베노믹스의 하나로 이민정책 확대를 추진했지만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조직체계상으로 별도의 기구를 갖추는 게 필요한지, 각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고유기능에 대해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부처 자체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민처(청)와 같은 컨트롤타워 설립이 온갖 출산장려정책과 보육 지원 정책에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점점 더 세계 각국과 교류가 잦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통합적 국가 관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