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기후위기 대응 거스르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 그만둬야

2020.06.28 21:32 입력 2020.06.28 21:33 수정

한국전력 이사회가 지난 26일 논란을 빚어온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참여에 대해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한다는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정을 미룬 것이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34억6000만 달러(4조1000억원)를 들여 자바섬 서부 반튼주에 총 2000MW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로, 한전은 지분투자자이자 발전소 운영사, 두산중공업은 발전소 시공사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막대한 온실가스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 논란은 물론 수익성조차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에 해당하는 ‘회색 영역’으로 판정했고, 한전의 이의제기로 KDI가 올해 실시한 2차 타당성 조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예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손실규모만 조금 줄었을 뿐 여전히 적자 사업이라는 판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사회 의결이 일단 미뤄졌지만 한전은 여론 추이를 봐가며 사업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발전 사업에 한국의 대표 공기업이 참가할 경우 ‘기후악당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 뻔하다.

이 사업은 국제환경단체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목하는 세계적 환경이슈다.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를 비롯한 국제환경단체들은 이달 하순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석탄투자가 한국의 그린뉴딜인가’라고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1분기 투자보고서에서 “한전에 해외 석탄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고 경고했다. 한전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블랙록은 한전을 투자대상에서 빼거나 사업계획 철회를 위해 주주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기후재앙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한극(寒極)도시인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38도를 기록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기후재앙은 머지않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때 입으로는 ‘그린뉴딜’을 외치면서 실제론 석탄화력에 집착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한전은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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