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개운치 않은 감정 찌꺼기 ‘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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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고 나면 여기저기 구덩이에 흙탕물이 고입니다. 한참이 지나면 흙가루는 가라앉고 물이 맑아지지요. 간장처럼 오래 두어도 가라앉는 게 없는 것도 있지만.

아주 잘고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용해되지 않고 가라앉은 것을 ‘앙금’이라고 합니다. 침전물(沈澱物)인 ‘앙금’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개운치 않은 감정, 겉으로 보기에 없는 듯하지만 엄연히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감정상의 찌꺼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찐빵이나 찹쌀떡, 붕어빵 등의 안에 들어 있는 것이 ‘팥앙금’인데, ‘팥소’라고도 하지요. ‘앙금’이 안 좋은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 예입니다.

‘앙금’은 한자로 니(泥)에 비길 수 있겠는데, 진득진득한 흙을 일컫는 글자입니다.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만들 때 먼저 원수를 한동안 가둬놓지요. 그러면 불순물이 가라앉는데, 일종의 앙금이면서 찌꺼기인 이런 것을 오니(汚泥)라고 합니다. 진창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도 쓰이는 글자이지요. ‘이전투구’는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요즘 야당 정치인들이 지난일의 앙금이 남아서인지 갈라섰지요. 이전투구로 가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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