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대국민 사죄와 협조 다짐했지만

2020.03.02 20:41 입력 2020.03.02 20:45 수정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과 정부에 사죄하며 두 차례 큰절을 했다.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궁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린다”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정부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울트라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임이 드러난 후 13일 만에 공개 사죄한 것이다. 시설 폐쇄와 교인 조사 때까지 침묵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나선 군색함도 엿보인다. 이 총회장은 20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무서운 병이 왔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겠냐”며 “이제는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고 했다. 사흘 전 교인에게 보낸 특별편지에선 코로나19를 ‘요한게시록 환난’에 빗대며 “말씀을 이루는 일이므로 참고 견디라”고 했던 그였다.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진 회견장은 89세 총회장 표현대로 “난장판”이 됐다. ‘영생’과 ‘마지막 선지자’를 자처해 온 신천지 수장의 사죄는 때늦고, 그 내용과 자세도 국민들의 분노와 궁금증을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총회장 사죄가 허점투성이듯 신천지가 품고 있는 코로나19 베일은 아직 다 벗겨지지 않았다. 2일 오후 4시 현재 확진자 4335명 중에서 73%는 대구에, 15%는 경북에 몰려 있다. 전국적으로는 확진자 57%가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접촉자였다. 20대의 확진자 점유율(29.3%)이 가장 높고, 여성 비율(62%)이 높은 것도 방역당국은 20~30대 여성 교인이 많은 데 따른 것으로 본다. 신천지 유증상자 검사는 지자체별로 마무리 국면이고, 교인 전수조사로 속속 옮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통화를 못하거나 거부해 경찰이 추적 중인 교인은 서울·부산만 해도 274명씩이고 인천은 312명에 달한다. 올 1월 중국 우한·상하이에서 들어온 신천지 교인들의 동선과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하나같이 노출을 꺼리는 신천지 교인의 비밀주의가 낳은 ‘방역 난관’인 셈이다.

교육부가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오는 23일로 2주 더 늦추고 대학은 무기한 연기했다. 2일 경증 환자의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기 시작한 대구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만 2000명이 넘는다. 40일을 넘긴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위중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3월 첫째·둘째주를 최대 고비로 보는 코로나19 사태는 그 폭탄을 퍼뜨린 신천지의 바닥을 확인해야 가늠될 상황이다. 신천지는 종교·인권 탄압을 운운하기 앞서 사회 구성원의 책임과 도리를 통감해야 한다. 나날이 병원 시설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신천지 시설을 무증상·경증 교인 환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운영을 책임져달라”는 이낙연 전 총리 제안부터 숙고해 봐야 한다. 당국의 조사를 피하는 교인들의 협조도 시급하다.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만희 총회장의 다짐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국민 분노를 키울 허언이 될 뿐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