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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노는 언니', 방송가서 피하는 女예능+스포츠 오히려 새로워"

[편집자주]

티캐스트 '노는 언니' 포스터 © 뉴스1
티캐스트 '노는 언니' 포스터 © 뉴스1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가 '여성 스포테이너' 예능의 새 장르를 열었다. 박세리를 주축으로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이재영 이다영 김은혜 한유미 등 각 종목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모여 수다를 시작으로 제대로 '논다'.

'스포테이너'들의 시대라고 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스포츠 선수나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은 보기 힘들었다. 방송가에서 대체로 인기종목, 안정적인 구도의 남성예능 위주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두드러졌다. 이때 '노는 언니'는 그 반대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동안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을  만든 것. MC역할을 배치하지 않고, 오롯이 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시도만으로도 '노는 언니'는 새로운 그림과 웃음을 선사한다. 선수들은 승부의 긴장감이 가득한 경기장 밖으로 나와, 유니폼을 벗었다. 산으로 들로 떠난 이들은 딱딱한 경기 인터뷰 대신 밝은 미소로 자신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경쟁 속에서, 나와의 싸움 속에서, 기록 단축과 승리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훈련의 반복 속에 살았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삶을 채운 훈련을 벗어나 '놀기'에 도전하는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짠내'를 더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노는 언니'를 연출하는 방현영CP는 MBC에서 연출 생활을 시작해 JTBC 로 적을 옮겨 '한끼줍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선보였다. 올해 티캐스트 E채널로 이적해 새롭게 '노는 언니'를 론칭했다. 그가 말하는 '노는 언니'의 시작과, 목표다.

-MBC, JTBC를 거쳐 새로운 채널인 E채널로 적을 옮겼다. 어떤 의미의 도전인가.

▶사실 이제 채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아닐까 싶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브랜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이어서 어렵고 모르는 부분도 많다. 케이블 채널 환경 자체가 처음이어서 적응기가 필요했다.
방현영 cp / 티캐스트 E채널 © 뉴스1
방현영 cp / 티캐스트 E채널 © 뉴스1

-이적 후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노는 언니'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송가에서 여자 출연자만 나오는 프로그램은 위험부담이 있고, 남자MC로 중심을 잡고 세팅하는 그림이 익숙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적하고 오히려 더 '카오스' 상태에서 시작을 하니까, 평소에는 하지 않던 아이템을 가져오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됐다. 그러다가 여성 스포츠 선수를 생각해봤다. '그분들 요즘 뭐 하시지?' 에서 출발했다. 스포츠 스타도 있었고, 현역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운동하기 어려운 상태의 선수들도 있었다.

-'논다'는 콘셉트는 어떻게 생각했나.

▶선수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니 놀고 싶은 욕망이 제작진이 생각한 것보다 강했다. 이분들의 인생을 들어보면 정말 훈련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듣다 보면 짠한 느낌도 늘고 멋있고 신기했다. 이들의 삶을 들으면서 프로그램 기획이 풀렸다. 섭외를 할 때 다 너무 호의적으로 받아주시더라.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려왔다면서 반기셨다.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 맡은 종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겠냐는 이유도 있었다. 사실 비인기 종목의 경우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가 별로 없다. 박세리씨와의 인터뷰도 오히려 제작진이 인터뷰를 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면서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더라.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들을 모으면 더 참신한 부분도 있을 거라면서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출연진 중심에 박세리씨가 있다. 이분을 주축으로 구성한 건가.

▶프로그램 초반에는 그 분야에서 알려진 분들, 종목에서 알려진 분들을 먼저 생각했다. 또 현역선수, 은퇴선수 다 모으고 싶었고 연령대도 다양하게 구성하고 싶었다. 사실 사회생활하면서 진짜 조언을 해주고 친하게 지내는 언니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지않나. 멘토같은 언니들을 만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들이 만나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길 바랐다. 보통 선수들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경기 인터뷰 정도다. 자기의 목소리와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자체가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단순히 외모도 특출난 '미녀선수'들로 보이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을 것 같다.

▶물론 미모로 화제가 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구성이 그런 걸 강조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분들도 프로그램 안에서 미모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언니들 사이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서로 그날 주어진 '놀기'에 집중한다.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고, 장을 보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여성 선수들을 어떻게 보면 편향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면, ('노는 언니'에서는) 더 다양한 모습, 더 다양한 감정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E채널 '노는 언니' © 뉴스1
E채널 '노는 언니' © 뉴스1

-초반에 예상한 것과 다른 모습이 나오는 출연자는 누군가.

▶박세리씨가 중심을 많이 잡아주고 있다. 매회 놀라는 포인트가 있다. 새로운 모습이 많이 나온다.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느낄 때가 많다. (웃음) 뭔가 해야할 것이 주어지면 기어코 해낸다. 궂은 일도 하고 분위기도 주도하고 그러면서 팀워크를 구성한다. 전략도 있다. 멋진 사람이다.

-'노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언니들을 데리고 어떤 '놀기'를 경험하고 싶은가.

▶멤버들과 만들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못해본 것들을 하자는 의미가 더 많을 것이다. 그동안 승부의 압박, 훈련의 일상 속에서 못 해본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MT나 여행도 그런 의미에서 기획된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부상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에 훈련 외에 활동적인 취미를 갖기 어렵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 못 했던 것, 할 수 없던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훈련 외에 다른 걸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았던 분들이다. 뭔가를 배우는 것도 이들에게는 또 다른 '노는 것'일 수 있다고 본다.  다른 분야에 대한 배움을 경험하기 어려운 이들 아닌가. 어학 공부나 아르바이트도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제작진은 어떤 역할을 하나.

▶언니들을 데리고 더 편한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것 같다. 출연자들이 예능 안에서 소비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 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기회, 스포츠를 소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더불어 제대로 친구를 사귀어보는 시간도 갖고 싶다. 골프, 수영처럼 개인 기록 경기를 하면서 평생 나홀로 싸움을 이어온 분들도 있잖나. 이들의 친구만들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다. 이 즐거움과 공감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려 한다.
E채널 '노는 언니' © 뉴스1
E채널 '노는 언니' © 뉴스1

-경험이 많은 MC 역할의 출연자를 두지 않더라.

▶사실 초반에는 그 점을 불안 포인트로 꼽기도 했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화제성의 포인트는 MC의 존재 여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원석인 출연자들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화제성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이 부분을 잘 전달하고 싶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변화를 주는 지점이 있나.

▶선수들마다 종목마다 시즌이 다르기 때문에 구성원이 계속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때 그때 새로운 종목,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인물을 알게 될 거다. 그 사이의 연결이 되는 채널이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종목을 알리고 싶은 생각도 크다.

-'노는 언니'를 선보이면서 제일 뿌듯했던 때는.

▶첫방송 나간 후 박세리씨의 칭찬이 있었다. 너무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 잘 돼서 앞으로도 여성 스포츠인들이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도 있고, 출연한 선수들이 관심을 많이 받을 때도 기뻤다. 새로운 영역의 물꼬를 튼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포맷이길 바란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방송국을 이직해서 처음 내놓는 프로그램이고, 출연자들도 처음 해보는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고 한고비 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앞으로 이야기를 쭉 이어가는 문제는 아직 부담감이 있다. 프로그램의 의미를 지키면서 성과도 거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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