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설

[사설] 결국 `로또 청약` 광풍 부른 분양가 상한제

입력 : 
2019-11-13 00:02:01
수정 : 
2019-11-13 09:10:47

글자크기 설정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처음 진행된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청약에서 올해 최고의 청약경쟁률이 나왔다. 예상 시세차익이 최대 10억원이 넘는 데다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정부가 4년7개월 만에 서울에서 부활시킨 분양가 규제가 결국 '로또 청약' 광풍을 부른 셈이다.

11일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 1순위 청약 결과 31가구 모집에 6575명이 몰려 평균 212.1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77㎡T의 경우 1가구 모집에 461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서초구 반포동 '르엘 신반포센트럴' 역시 135가구 모집에 1만1084명이 몰려 청약경쟁률 82.1대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59㎡는 13가구 모집에 2983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229.46대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한 곳도 이처럼 경쟁률이 높은데 분양가 적용지역에선 과열경쟁이 얼마나 심할지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분양가상한제 혜택이 주로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강남처럼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대출이 금지돼 현금부자들이 돈 없는 무주택자들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도 걱정이다. 사업성 악화로 재건축사업을 접는 단지들이 많아져 강남권에 내년 하반기부터 신규분양이 끊기면 상한제 비대상지역이나 신축 아파트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의지를 보이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가격 규제로는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시내 양질의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도 충족시킬 수 없다. 집값을 잡으려면 100여 곳의 강남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층고 및 용적률 규제를 풀어주고 다주택자들의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