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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의 영장발부,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입력 : 
2019-10-14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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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건 수사과정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를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 법무부 장관 직계 가족에 대한 계좌추적과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번번이 기각됐다고 한다. 며칠 전엔 영장실질심사마저 포기한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벌어졌다. 조만간 조 장관 부인 등 사건 핵심 관계자를 상대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법원이 계속 논란의 당사자가 되는 껄끄러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는 법원의 고유한 권한으로 시비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는 정치적 사건의 경우 한쪽 진영에서 어김없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일례로 적폐 수사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 번이나 영장심사를 받고서야 구속됐다. 앞서 두 번 불구속 결정이 났을 때 현 여권과 지지층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을 때는 보수 진영이 "정치적 결정"이라 비판했다. 진영이 대립하는 사건에선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잡음이 일게 마련이다. 다만 법원의 결정 자체는 법률적, 논리적으로 일관성·완결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시비 앞에 당당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법원의 분명한 원칙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유독 힘 있는 피의자를 중심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인권 보호를 위해 가급적 불구속 재판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법원 결정이 추세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사건 성격과 판사 성향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거의 없는 피의자를 구속했던 판사가 누가 봐도 꾀병인 피의자는 불구속하기도 한다. 기존의 판례와 상치되는 튀는 결정도 너무 자주 나온다. 이는 법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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