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단독주택지와 道路
길 도(道)자는 무섭고도 잔인한 글자다. 首(머리 수)와 (쉬엄쉬엄 갈 착)의 조합이다. 이민족의 머리를 손에 끼고 가는 형상을 의미한다. 전쟁에 나서는 군대를 이끄는 주술적 의미가 다분하다. 과거 길은 외부 세계와 잇닿은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기다림의 한을 묻는 두려움의 실제이자 상징적 공간이었다.

그래서 길의 갈림목과 경계에는 남녀 두 신의 모양을 본뜬 상징물을 세우고 안위를 보장받고자 했다. 시골 길 마을 어귀에 있는 돌벅수, 장군석, 솟대, 목장승, 돌탑 등이 그런 것들이다. 수많은 주술적 행위도 이뤄졌다. 서낭당을 차리고 오색실을 휘감고 동물의 피를 뿌리고 여(余)를 땅에 꽂아 정화된 땅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풍수지리의 비보(도움 주는 방법)로도 사용된 50년 전까지 흔했던 우리 길의 모습이다.

길과 같은 의미의 단어로 ‘도로(道路)’가 있다. 국어 사전상 뜻은 비슷해도 품고 있는 깊이가 다르다. 삶과 죽음의 교차지점이던 길은 이치, 근원, 가르침에서 신의 지위로 격상돼 사유의 단어가 됐다. 반면 도로는 그저 통행하는 기능상의 도구에 머물렀다. 건축법상 도로를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라 정의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도로는 남쪽과 북쪽 중 어디에 붙어 있는 것이 좋을까. 택지개발 사업지구에서 단독주택지를 매입할 때 대지의 방위는 중요하다. ‘인접도로가 어느 쪽에 붙어 있는가’에 따라 그 몸값이 달라진다. 얼핏 햇빛이 잘 드는 남쪽에 도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설계자가 건물 배치를 하다 보면 두 대지 모두 건물은 대개 남향을 보게 설계한다. 남쪽도로의 평탄한 대지는 현관과 주차공간으로 인해 건물 및 정원의 형태가 결정되는 탓에 오히려 햇빛 활용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돼지목에 진주격이다. 북쪽도로의 대지는 주거지 사선제한 등의 규제 완화를 받아 넓은 면적의 정원과 주 공간을 남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매입가격은 남쪽도로 대지가 높지만 파는 가격은 개별 부동산의 물리적 요인(향·면적 등)보다 입지적 요인(학교·공원·상업지역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론은 북쪽이든 남쪽이든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고, 설계자의 수준에 좌우된다는 말이다.

풍수지리적으로도 그렇다. 안동 하회마을의 도로는 방사형이다. 당시에는 집 나고 도로 나던 시절이라 집의 위치에 따라 길이 났다. 집의 향도 각기 달라서 동서남북 가리지 않았다. 하회마을은 남향 집보다 더 우선시한 것이 있다. 그것은 마을 중앙의 삼신당 신목에서 사방으로 뻗어 내린 지맥이다. 지맥이 흐르는 대로 산에 기대 집을 지은 까닭은 바로 승생기(乘生氣:땅기운)를 타기 위함이다. 승생기는 배산(背山)이 기본이고 앞에 물이 흐르면 임수(臨水)가 돼 음양이 조화된 명당 터가 된다.

지맥을 흐르는 기운은 운동성을 지니고 열을 낸다. 아스팔트가 터지는 여러 요인 중 하나다. 단독주택지의 풍수적인 가치 평가는 지맥의 기운을 어떤 대지가 받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도시 풍수가 산이 없어져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작게는 흙 한 줌에서 크게는 도로에 이르기까지 기운은 형체를 내보이며 인간의 삶에 지속적인 자극과 반응을 주고 있다. 남은 것은 그것을 알아차릴 능력을 갖추고 시야를 넓히는 일뿐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