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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이제 혼란과 갈등 접고 검찰개혁 완성해야

2019.10.14 21:05 입력 2019.10.14 21:06 수정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관 지명 66일,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더는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급락시키고 국정운영의 부담을 가중시키자 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사퇴를 놓고 여야 간 평가는 달랐지만, 두 달 넘게 지속된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그동안 나라는 둘로 쪼개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겪었다. 가뜩이나 진영 논리가 팽배한 터에 여론은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로 두 동강이 났다. 정치권은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기는커녕 되레 진영싸움을 부추기며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자초했다. 분명한 것은 서울 서초동이나, 광화문 집회 모두 검찰개혁의 대의에 뜻을 같이했다는 점이다. 조 장관에 반대하는 여론도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조 장관을 사퇴시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사퇴의 변에서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그는 이날 특수부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마지막으로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다. 장관으로서 시행령 등을 개정해 할 수 있는 자체 개혁안은 매듭을 지은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개혁 중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검찰개혁의 본령은 비대해진 검찰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번 조 장관 일가 수사만 하더라도 검찰은 주어진 권한을 넘어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인준 절차를 무력화하고 장관 임명을 좌지우지하려 했다. 특수부 검사 수십명을 동원해 한 가족을 탈탈 터는 게 정상적인 검찰권 행사인지 많은 시민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통과시켜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역할은 온전히 국회의 몫이 됐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지난 주말 잠정 중단하며 “검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촛불을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 야당이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거나 시늉만 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호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도 시급한 과제임을 일깨워줬다. 시민들은 의혹 부풀리기, 인권침해, 검증되지 않은 피의사실 유포 등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낸 언론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언론은 깊은 자성과 성찰을 요구받고 있고, 이에는 ‘경향신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지난 두 달 동안 경제와 안보·외교 등 국정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정치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다. 정부·여당은 그간의 국정운영 방식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야당은 과도한 정치공세는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혼란과 갈등을 접고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 미완의 개혁과제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조 장관 사퇴가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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