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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뚝뚝 떨어지는 세계경제 성장 전망, 올해 수출길도 험난하다

입력 : 
2020-01-10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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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2.5%로 잡았다. 지난해 6월 발표 땐 2.7%였는데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2.6%, 2.7%로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전망치를 낼 때마다 낙관적인 입장보다는 비관적인 의견으로 기우는 기류라 미덥지 않다. 선진국은 제조업 부진과 미·중 갈등으로 지난번 전망보다 0.1%포인트 떨어진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개도국은 무역과 투자 둔화로 0.5%포인트 낮춘 4.1%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이렇게 하향 조정한 것은 무엇보다 미·중 무역갈등을 심각한 요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부분적인 합의와 봉합으로 일시적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지난해 이후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간 무역 긴장 역시 세계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간 수출규제를 꼽았는데 비슷한 분석인 셈이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은 어느 나라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대외 여건이 그만큼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만 봐도 미·중 무역갈등에다 자체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쉽게 가늠된다.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2018년만 해도 8%에 달했는데 지난해엔 -2%로 곤두박질쳐 한국을 비롯해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실제로 우리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3% 줄면서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이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에 비해 25%나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불안한 대외 여건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를 확인시켰다.

세계은행은 어려운 대외 여건을 이겨내고 성장을 이끌어 내려면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서라고 조언했다. 설비 투자와 인적 자본 육성에 주력하면서 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과 제도적 환경이 성장 친화적으로 조성돼야 한다고도 했다. 어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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