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교조 법외노조 대법원 공개변론, 정의를 세울 기회다

2020.05.21 03:00 입력 2020.05.21 03:03 수정

대법원이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팩시밀리 한 장짜리 문서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조치가 적법했는지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본격적으로 따진 것이다. 사실 전교조 재합법화는 정부가 직권으로 법외노조 조치를 취소하면 해소될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집권하면 우선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집권 3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대법원이 최종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늦게나마 대법원이 정의를 세울 기회가 왔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 2조4항을 둘러싼 해석이다.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2013년 10월 당시 6만명 조합원에 해직교사 9명이 포함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정부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정부 조치는 법률과 시행령이 정한 재량권 내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조치의 근거는 시행령에만 있고, 법률에는 없다. 노동조합법에 정의만 있을 뿐 구체적인 통고 절차 등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이런 식의 조치가 허용되면 산업별노조나 지역노조 상당수가 법외노조로 전락할 수 있다. 이들 노조는 조합원이 수만~100만명에 달하는데 개별 기업 등에서 해고 등을 당해도 조합원 지위를 곧바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이런 일을 빌미로 노조를 불법화한다면 노조 활동은 상당히 침해될 수밖에 없다.

전교조 불법화 조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 등을 제한하는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내외 노동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이기택 대법관은 “정부 스스로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다면 정부가 먼저 법외노조 효력을 없앨 용의는 없는가”라고 묻기까지 했다.

공개변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보통 3~6개월 정도 추가심리를 한 뒤 선고한다. 국가폭력을 바로잡을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아울러 전교조를 불법화한 독소조항 자체도 삭제되어야 한다. 이런 조항을 유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잘못된 법 조항 개정에 즉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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