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 한 명 때문에 갈라지고 찢어진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0일 00시 00분


코멘트
그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앞에선 친문 지지자들 중심으로 검찰 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수호를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도 전국적으로 8곳에서 진행됐다. 친문 지지자들은 앞으로 ‘윤석열 검찰’을 비판하는 집회를 매주 열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10월 3일엔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도심 집회가 예고된 상태다. 국회에서도 여야 간에 극한 대립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50일을 넘긴 조국 사태에 대한민국이 완전히 두 나라로 쪼개진 듯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제 ‘검찰 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을 향해 ‘성찰과 절제’를 주문한 데 대해 실명으로 검찰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조 장관 수사가 검찰 개혁과 무관한 별개의 사안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윤 총장 발언의 진정성 여부와 별개로 사법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조 장관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조만간 동양대 표창장 위조와 증거인멸 교사, 사모펀드 차명 투자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이나 압력을 행사하는 행태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시비가 계속될 경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분열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임명 강행과 장관직 고수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사회 분열과 진영 간 극한 대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분열 사태 장기화로 인해 국민 통합은 물론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마저 훼손되고 있다. 국민이 둘로 쪼개지고 대통령이 그중 한쪽에 선 것으로 여겨진다면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한 장관급 인사의 거취 문제가 과연 대한민국이 정신적 내전(內戰)에 준하는 홍역을 치러야 하는 절박한 사유가 되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더구나 조 장관 수사가 검찰 개혁 이슈와 이상하게 얽히면서 이념·진영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조 장관 교체가 늦어질수록 갈라진 대한민국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검찰 개혁#문재인 대통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