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자경 명예회장의 ‘인화와 혁신’, 기업경영의 표지석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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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타계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또 한 명의 재계 거목을 잃었다. 나라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창업과 발전 과정을 보면 창업자 못지않은 걸출한 후계자가 해당 기업을 반석에 올려놓고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한 경우가 더러 있다. 구 명예회장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구 명예회장을 2세대가 아닌 1.5세대 후계자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LG그룹의 공식적인 역사는 구 회장의 부친인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세운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인화(人和)를 모토로 하는 기업문화답게 LG그룹은 구자경 구본무에 이어 현재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다른 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흔히 보였던 부자간 혹은 형제간 경영권을 둘러싼 불화와 분쟁이 없었다. 심지어 동업자인 GS그룹 허씨 일가와 57년간의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자그마한 소송 하나 없이 아름답게 헤어진 사례는 세계 기업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로 꼽힌다. 여기에 구 명예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기업인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는 무엇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이롭게 하고,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익을 많이 창출해 세금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느냐에 있다. 구 명예회장이 2대 회장에 취임한 1970년부터 1995년 물러나기까지 25년간 매출은 260억 원에서 30조 원대, 직원은 2만 명에서 10만 명대로 늘었고 전자·화학을 주축으로 하는 현재의 ‘글로벌 LG’의 틀을 갖추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로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다. 다른 대기업도 3, 4세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젊은 회장들답게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신 중인 곳이 많다. 시대가 변하고 기업 환경이 변했으니 과거의 스타일 고수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다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구 명예회장을 포함한 선대 거목들의 리더십도 함께 소중히 지켜가기 바란다.
#lg그룹#구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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