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상에서 '탈(脫) 코르셋 운동' 확산... 상의와 브래지어 벗으며 '자유' 선언
  •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해야 한다. 법정 앞에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오히려 피해자 앞에서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두 번째 시위다. 이들은 홍익대 회화과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 된 안 모(25) 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성차별 편파 수사’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몰카 찍는 사람도, 올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구속 수사해야"

    이날 시위에는 경찰추산 1만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고, ‘편파 수사’에 대해 분노를 표현한다는 의미로 붉은색 옷을 입었다. 양손에는 “찍지 마”,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 경찰은 몰카를 신고해도 수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여성 경찰청장과 여성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하고, 경찰 성비도 여성과 남성 9대1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도중 연신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여성 유죄, 남성 무죄” 등을 외쳤다. 그들은 화장실 몰카를 ‘미러링(타인의 행동을 거울에 비춰 똑같이 따라 하는 행위)’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남성 가면을 쓴 집회 참가자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주위에서는 이를 촬영했다.

    시위에서는 삭발식도 진행됐다. 참가자 6명은 삭발을 통해 “경찰의 편파 수사에 대해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우리의 의지를 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들은 “상녀자”라며 환호했다.

    최근 남성이 주류가 된 사회문화와 질서에 반발해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한 남성이 서울 강남역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이유 없이 숨지게 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단체 회원들이 의와 브래지어를 벗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 사진은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SNS상에서 탈(脫) 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보정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어난다'는 의미의 ‘탈 코르셋 운동’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고, ‘여성스럽다’라는 사회적 정의를 거부한다. 일부러 부러뜨린 립스틱, 바닥에 흐트러진 머리칼 사진 등을 SNS에 인증하면서 ‘자유’를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