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반대했던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수처 법안 표결 때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공수처 법안 찬성이 당론인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기권했기 때문에 당론 위배 행위"라며 윤리심판원 만장일치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으니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당 거수기'로 보는 발상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국회법 자유투표 조항은 뭐 하러 있나.

금 전 의원은 공수처 투표 전부터 여당 내에서 드물게 비판 목소리를 내다 미운털이 박혔다. 조국 인사청문회 때도 "말과 실제 삶이 다른 걸 보고 청년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걸 묻는데 저걸 말하는 상식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 국민들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신 발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식 발언이었다. 그러나 극성 친문 지지층에 찍혀 금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 경선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도전한 정치 신인에게 패했다. 정치인에게 공천 탈락만큼 큰 타격도 없다. 민주당은 금 전 의원에게 최고 강도의 정치적 처벌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국회의원 임기를 불과 5일 남겨두고 이례적으로 징계까지 했다. 보복이나 다름없다.

지금 여권은 행정부·사법부·입법부·지방 권력을 모두 장악했고, 177석 여당은 개헌 빼고는 뭐든 할 수 있다. 이 거대하고 막강한 여당이 내부의 비판·이견 하나 포용하지도 용납하지도 않겠다고 한다. 지지층만 지키면 선거에서 압승하니 일방통행을 계속한다. 국회 관행상 소수 야당 몫이던 법사·예결위원장을 포함한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한다. 10여년 전 민주당이 소수 야당일 때 법사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간 일은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이해찬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잘못된 현대사에서 왜곡된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 여당에선 대법원의 만장일치 유죄 판결 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북한이 벌인 폭탄 테러로 결론 난 1987년 칼기 폭파 사건 등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일파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내서 옮겨야 한다"며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흑을 백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런 일이 조선시대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금태섭 징계도 소속 의원들에게 '괜히 소신 내세우다 험한 꼴 보지 말라'는 경고일 것이다. 앵무새처럼 당론만 되풀이하는 정당에서 내부 비판 목소리는 나올 수 없다. 이 대표가 함구령을 내리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윤미향 의혹에 거의 모든 의원이 입을 다물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민주화'는 사라지고 '운동권 권력'만 남은 것인가. 이제 이 폭주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