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이 없다"는 중견기업인이 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10일 내놓은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 내용이다. 이 조사에 참여한 중견기업 1400곳 중 가업승계를 포기하려는 응답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엄청난 상속·증여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1년 전 '2018년 실태조사'에서도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는 중견기업인은 84%에 이르렀고 응답자의 70%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 상속세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지난 1년 사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50%에 이르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최대주주 할증을 합산하면 최고 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에 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평균 26%인데 그보다 두 배가량 높다. 정부는 여러 가지 공제 제도를 적용하면 상속세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진다고 설명하지만 중견기업들은 "공제 혜택을 감안해도 실효세율은 34%에 이른다"고 반박한다. 창업주가 사망하면 상속세 부담 때문에 유족들이 기업을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46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영리법인 숫자의 0.7%에 불과하지만 고용은 전체의 13.8%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2018년 채용한 인원만 18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 기업 중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기업은 5.8%이고 특허·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도 51%에 이른다. 이런 중견기업들이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가업승계를 포기한다면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일자리를 지켜내기도 어려워진다. 이스라엘, 스웨덴, 멕시코 등 많은 나라들이 최근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것도 기업 경영권 안정이 일자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업승계에 대한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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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견기업 83%가 상속·증여세로 가업승계 포기해야 한다니
- 입력 :
- 2020-02-12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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