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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랑스 연금개혁 혼란, 그래도 마크롱은 문제를 피하지 않았다

입력 : 
2019-12-09 0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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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는 '연금전쟁'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노동자들은 파업과 시위로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시위에는 80만명이 참가했고 철도와 항공, 학교, 병원 등이 멈춰 섰다. 프랑스는 퇴직자들의 천국이다. 퇴직자 평균 연금이 최종 급여의 60% 수준으로 독일(38%), 영국(22%)보다 훨씬 높고 일부 직종은 52세부터 연금이 나온다. 연금 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세 번째로 높다.

마크롱 정부는 42개에 이르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체제로 개편해 직업 간 이동성 및 노동 유연성을 꾀하려 한다. 평균 수급 연령은 늦추고 수급 금액은 깎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더 오래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60%가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걸로 나온다. 1995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연금 개혁을 시도하다 파업 3주 만에 두 손 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은 정권 운명을 걸어야 하는 과제다.

한국도 공무원·사학·군인 등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않았다. 그저 표 떨어지는 소리로 생각한다. 심지어 조금 더 내고 더 받는 식의 미봉책 위주로 구성된 '4지선다형' 국민연금 개혁안조차 20대 국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 눈총을 살 개혁에 정부도, 여당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은 필요한 개혁 완수를 위해 정권을 거는 리더십이다. 마크롱은 지지율 급락을 무릅쓰고 노동 개혁과 철도 개혁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 연금 개혁에 나섰다. 그 소신과 미래를 생각하는 안목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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