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 외치는 ‘대규모 촛불’이 말하는 것

2019.09.29 20:39 입력 2019.09.29 20:40 수정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28일 ‘검찰개혁’을 외치는 초대형 촛불집회가 열렸다. 반포·서초대로 1.6㎞는 서울과 지방에서 모인 인파로 가득 찼다. 촛불과 LED등으로 법조타운의 주말 밤이 환해지고 서초역 일대에 휴대폰 통신장애가 올 정도로 80만~150만명까지 추산된 긴 행렬이었다. 반복한 촛불의 구호는 주최 측이 집회 막바지 빔프로젝트로 대검찰청 벽에도 띄운 ‘검찰개혁’ ‘조국 수호’ ‘정치검찰 OUT’이었다. 바로 옆에서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소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충돌은 없었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몰려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는 2016년 겨울 촛불을 연상케 했다.

서초동에서 다시 커진 촛불은 여러 함의와 경고를 품고 있다. 먼저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정신과 당위가 됐음을 웅변한다. 집회 참석자들은 1987년 체제에 남아 있는 마지막 적폐로 검찰을 지목했다. 수백, 수천에서 시작된 촛불이 큰 물결로 번지고, SNS에는 “조국 장관 지지를 떠나”라고 전제하는 참가 소회도 이어진다. 과거 무소불위 힘을 휘두르고 유독 조직보호 논리가 셌던 보안사·국정원 자리에 검찰을 놓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셈이다. 힘세진 검찰이 스스로 착해지기 힘들고, 여타 권력기관처럼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시민 공감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개혁 논쟁은 ‘조국 사태’ 속에서 검찰이 자초하고 증폭시킨 면도 크다. 진상 규명이라는 수사 착수 명분과 대의를 넘어 정치에 개입했다고 오인받을 언행이 되풀이됐다. 인사청문회 전 압수수색, 본인 소환 없이 단행된 조 장관 부인 기소, 먼지털기식 수사 논란 등이 그것이다. 서초동 촛불은 검찰개혁을 논의할 여의도 국회로 향할 것임도 예고한다.

‘광장 촛불’의 부활은 고민과 숙제도 남겼다. 자유한국당은 다음달 3일 조국 사퇴 촉구 집회에 전 당원 동원령을 내렸다. 촛불의 세대결은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론 분열도 깊어질 것임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 ‘검찰수사 중단’ 같이 상식·금도를 넘고 군중심리만 자극하는 구호가 늘어나는 것도 걱정스럽다. 촛불이 서로 커지고 반목하는 것은 일방적인 숫자나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구도가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여야는 촛불로 사태를 덮고, 촛불로 정부를 흔들겠다는 당파적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 시민들이 생업을 놓고 광장에 모이는 것은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진상 규명-장관 거취-검찰개혁은 조국 사태에 노정된 세 매듭이다. 국론 분열을 자중하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며, 출구를 찾아가는 정치가 절실해지고 있다. 검찰도 촛불의 경고를 통감하고, 첫 고비가 될 진상 규명엔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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