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실패의 경험을 지원하자
청년에게 실패의 경험을 지원하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07.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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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논설위원

[제주일보] 배려를 받았음에도 배려해준 이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배려해준 이가 상대방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배려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자기중심적 배려’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제주 청년들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 청년센터 운영 사업’을 행정의 ‘자기중심적 배려’로 인식한 모양이다. 제주 청년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 조례(2016년 6월 제정)에 근거, 청년정책을 발굴·추진하기 위해 설립되는 기구다.

지난달 11일 열린 제6회 청년정담회에서 청년들은 공공기관 위탁 방식(제주 평생교육진흥원 위탁 예정)으로 추진할 계획인 ‘제주 청년센터 운영 사업’에 대해 ‘민간 위탁 방식(청년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 ‘청년 주도의 자율성 및 독립성 보장’ 등 ‘청년 결정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청년들은 기존의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방식’에 구속되기 보다는 자신들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는 ‘실패할 수도 있는 방식’을 원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행정의 ‘자기중심적 배려’에 반발한 것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청년다운 요구에 대해서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모름지기 청년은 실패해도 용서받을 수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 실패는 ‘성공한 실패’이기 때문이다. 청년계층을 굳이 분리해서 정책 대상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청년정책은 청년에게 실패할 수도 있는 경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때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청년정책은 행정의 ‘자기중심적 배려’를 통해 청년을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성공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청년들이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청년들의 ‘자기 결정권’은 청년정책의 정체성(Identity)을 정립시켜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대표적인 청년정책으로 ‘청년희망프로젝트’가 자주 거론된다.

이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미취업 청년을 고용한 도내 중소기업에게 임금의 일부(1인당 60만원)를 2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들의 ‘자기 결정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청년희망프로젝트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규직 일자리와 임금을 지원하겠다는 행정의 ‘자기중심적 배려’에 의한 정책이지, 청년들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는 청년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청년희망프로젝트가 중소기업 취업 지원 정책이 아닌 진정한 청년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취업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직접 선택하고, 해당 기업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임금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 청년센터 운영사업’을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본다면 제주 청년센터는 청년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결정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청년으로 구성된 청년다운 조직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주지역 청년에게 개방된 청년 중심의 조직이 제주 청년센터 운영사업을 도맡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에서 그들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청년에게는 보다 큰 성공을 위한 중요한 경험 자산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에게, 청년 정책가에게 전하고 싶은 유시민 작가의 글을 남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며 권리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2016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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