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전문가들 중에선 우한 폐렴이 오는 4~5월에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국내에도 드디어 지역사회 2차 감염이 나왔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그런데 초기 대응 양상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이번 사태를 큰 탈 없이 넘길 수 있을까 걱정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정부는 곳곳에서 관리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고 과장된 불안과 이기주의 앞에서 시민의식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우한 거주 교민들의 격리 수용지로 결정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은 가로막는 주민들을 경찰이 강제 해산해야 했다. 이에 대한 1차 책임은 당초 수용지로 충남 천안을 검토하다 천안 시민들이 반발하자 명분 없이 바꿔버린 정부에 있다. 행정이 법과 원칙보다 목소리 크기에 더 영향받는 우리 사회 폐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천안은 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여당 소속이고, 아산과 진천은 야당이다. '우리가 2등 국민이냐'는 아산·진천 지역민들의 분노를 정부가 자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한 폐렴은 공기로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다.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은 외부와 격리돼 2주간의 잠복기를 지나게 된다. 이들 절대다수는 비감염자이고 시내를 활보하지도 않는다.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난다면 이들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씩 들어오지만 이동에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다른 중국 입국자들에 의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 동네여야 하느냐'고 무조건 반대하고 본다.
일본은 1차 입국자 194명에게 자택 또는 정부 숙소에서 대기하는 방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한국 같으면 왜 강제 격리하지 않느냐, 왜 하필 우리 지역에 대기 숙소를 마련했느냐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일본이 조용한 것은 자가 격리를 준수할 것이란 신뢰, 개인 자율의 중시, 흥분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고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합리적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시민사회는 같은 위기를 겪더라도 훨씬 큰 후유증을 치러야 한다. 우한 폐렴과 장기전을 치르려면 좀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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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이런 시민의식으로는 우한 폐렴 못 잡는다
- 입력 :
- 2020-01-31 0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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